[사설]세제 혜택 축소로 대기업 투자 위축 없어야

여야가 지난 28일 누리과정 예산과 담뱃세, 법인세 비과세 감면축소 등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핵심 쟁점에 합의했다. 이로써 12년 만에 국회가 예산안을 법정 시한 안에 처리하게 됐다. 국회가 막판까지 실랑이를 하다가 법을 지키지 못한 불명예를 모처럼 씻게 됐다.

합의 도출 자체는 바람직하나 합의 내용이 산업계로선 못내 아쉽다. 법인세 비과세·감면 혜택을 대거 축소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를 폐지했다.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기업에게 법인세를 깎아주는 제도인데 대기업이 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여야는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당기분 공제율도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는 R&D 투자를 장려하려고 관련 비용의 당해 연도 지출액에서 일정 비율을 공제하는 제도다. 대기업 공제율이 6%에서 4%로 낮아졌는데 더 낮아지게 된다.

법인세가 오르지 않은 것이야 다행스럽다. 그렇지만 세제 혜택 축소로 대기업 투자 부담은 조금이라도 는다. 다른 것도 아닌 고용과 연구개발 관련 세제 혜택이 축소된 것이라서 아쉽다. 특히 이 분야 투자를 주도하는 기술 대기업으로선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줄여선 곤란하다. 가뜩이나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대기업이 투자까지 줄이는 모습을 보이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조금 아쉽더라도 법인세 인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미래 투자만큼 구애받지 말고 예정대로 가야 한다.

이번 합의로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를 올리지 않은 명분을, 야당은 세제 혜택 축소를 통한 대기업 추가 부담을 이끌어낸 실리를 챙겼다. 서로 얻을 것을 얻은 만큼 여야는 기업 투자 의지를 북돋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세제 혜택이 가장 좋지만 이미 가닥을 잡은 만큼 다른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돼 칭찬을 아끼지 말고, 투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보완해줄 방안을 찾는 노력을 보인다면 대기업도 세제 혜택 축소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