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를 길러보면 많은 게 다르다. 고양이는 움직임이 얌전하고 요염하다. 개는 좀 더 활동적으로 보인다. 고양이는 바깥 활동을 그리 즐기지 않지만 개는 집안에만 있으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앞에 각각 물통을 놓아 줬을 때 둘의 차이도 확연하다. 고양이는 혀를 내밀어 아주 조심스럽게 할짝할짝 물을 핥아먹듯 먹는다. 개는 주둥이에 물을 ANE히면서 조금은 지저분하게 물을 마신다. 물통 주변으로 물이 흘러 있는 양은 개 쪽이 많다.
물리학자들이 개와 고양이가 물이나 액체를 마실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관찰해 증명했다. 로이터는 과학자들이 ‘고양이는 지배하고 개는 흘린다’는 온라인 스트리밍 비디오를 내놓고 두 동물의 차이에 대해 보여줬다고 지난주 보도했다. 아직 초기단계 이론이지만 두 동물의 차이와 고양이과 동물의 행동방식을 알려주는 단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양이는 물을 노련하게 조절한다. 갈증이 나더라도 이를 참으면서 조심스럽게 물을 마시는 것이다. 개는 정반대로 물을 패대기쳐 튀고 엎지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고인 물을 마실 때 입을 동그랗게 모아 흡입관처럼 만들 수 있고 물을 빨아들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턱 주변 근육을 움직여 둥근 모양을 만들 수 없다. 육안으로 관찰하기에 두 동물은 똑같이 혀를 내밀어 물을 마시고 똑같이 빨대를 사용하기 힘들었다. 그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들이 어떻게 물을 들이 마시는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지난 2010년 프린스턴대와 MIT의 엔지니어들은 고양이가 어떻게 물을 핥는지에 대해 밝혀냈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그들의 혀를 물 속으로 집어넣지 않고 물 표면에 댄다. 혀를 이용해 물기둥을 만들어내 입 속으로 끌어당긴다. 속도는 약 1초당 3피트(약 1미터)가량으로 빠르다. 고양이는 물기둥이 올라오면 중력 때문에 물이 떨어져내리기 전에 입을 재빠르게 닫고 물을 삼킨다. 1초당 4번씩 입을 닫고 물을 마시는 내내 이를 반복한다.
개는 어떨까. 서니 정 버지니아텍 생체역학 연구원은 “개에 대한 연구가 막 시작됐을 때 과학자들은 개들도 고양이와 유사하게 물을 먹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카메라를 물 속에 넣고 개가 물을 먹는 모습을 관찰하자 다른 모습이 보였다. 고양이는 혀 끝만 사용한다면 개는 혀의 많은 부분을 사용했다. 개들은 혀를 거칠게 물 안으로 밀어 넣는다. 정 연구원은 “이 때문에 개는 물이 많이 튀고 고양이는 적게 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양이가 그들의 혀를 끌어 당길 때 만들어지는 물기둥의 힘은 중력의 2배가량이지만 개가 만들어내는 힘은 중력의 8배에 달했다. 물이 튈 가능성도 크지만 혀 크기가 같더라도 개가 공기 중으로 올리는 물 양이 많은 이유다.
과학자들은 좀 더 연구한 결과 개가 혀로 움직일 수 있는 물의 양은 몸집이 커질수록 늘어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들은 “세인트버나드와 닥스훈트가 왜 집 바닥을 물바다로 만드는지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