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오픈소스 서비스를 늘리고 있는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오픈소스 관련 라이선스 법적분쟁에 무방비 상태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겪은 대형 소송 사건이 금융권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개시된 한국거래소의 차세대 시스템을 기점으로 국내 유수 증권사에 오픈소스 기반 시스템이 빠르게 확대 중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코스콤이 주최한 자본시장 최고정보책임자(CIO) 조찬포럼에서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GPL(GNU General Public License), LGPL, 아파치 등 오픈소스 종류별로 의무와 권리가 각기 다르며 모바일 앱 등 배포가 일어나는 경우 고지 의무가 있는 등 법적 권리와 보호체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미국·독일에서 관련 소송이 빈번한 만큼 아직 큰 선례가 없는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정확한 이해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많은 증권사가 배포한 거래·정보 모바일 앱과 각종 핵심 시스템 등에 GPL과 아파치 기반 오픈소스가 적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거래소의 ‘엑스추어플러스’도 리눅스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리눅스 커널이 GPL 오픈소스로 구성됐다.
한 증권사 임원은 “대부분 증권사가 오픈소스를 적용한 모바일 시스템 등을 다수 개발하고 있어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공짜인데 무슨 라이선스가 있느냐’며 의무를 간과하는 금융투자기관이 갑작스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여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변호사는 “삼성전자 등 국내 대형 제조사도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 판매로 인한 오픈소스 라이선스 문제가 부각되면서 대응책을 강화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독일 회사들이 소송을 당한 이후 문제를 파악했듯 한국 금융사도 메시지를 새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 FTA 이후 지식재산권 관련 규정이 강화되면서 분쟁 여지도 더 많아지는 등 최근 정책 변화에 따른 변화도 주시해야 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주로 시스템통합(SI) 업체 혹은 개발사 등 협력사로부터 각 시스템을 공급받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계약·발주 과정 등을 통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사용 내역을 숙지해야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박 변호사는 납품받은 오픈소스 시스템으로 인한 라이선스 문제 발생시 원 발주자 책임에 대해 “계약 사항도 중요하지만 사실을 몰랐더라도 배포 행위자에 해당되면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는 만큼 반드시 내부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마련해 무슨 소스코드를 쓰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해외의 경우 JP모건과 메릴린치 등이 주도하는 리눅스 단체가 자본시장에서 오픈소스 라이선스 방어막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오픈소스 법적 분쟁을 막기 위해 금융사 내부적으로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정립하고 정해진 프로세스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근 일어난 주요 해외 분쟁 사례 (자료:법무법인 태평양)>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