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2000만대 시대다. 또다른 말로는 수입차 100만대 시대도 열었다. 이 정도라면 분명 자동차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우리나라는 자동차 등록제를 시행한 지 70년여 년만에 2700배가 증가했다. 수입차의 내수 시장 잠식속도는 더 가팔랐다.
국산 자동차 등록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하는데 40년이 걸린 반면, 수입 자동차 등록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하는데 걸린 시간은 27년이다. 시기 별로 소득 수준이 달랐음을 감안하더라도 무서운 성장 속도다.
품질과 기술 경쟁으로 대비하라는 경고등인 셈이다. 얼마 전 해외 부품사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제조사에 첨단 기술이 적용된 부품을 팔고 싶어도 수요가 없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첨단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생산 부문에서는 세계 수준에 올라섰지만 기술 부문 경쟁력은 아직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마치 덩치만 큰 어린 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부족한 점은 더 큰 문제다. 연구개발(R&D) 투자가 그 척도다. 유럽연합이 지난해 조사한 완성차 및 부품사의 R&D 투자 규모를 보면 현대차그룹은 세계 18위에 불과하다. 글로벌 판매량 800만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규모다.
반면 선진 자동차 업체는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향후 5년 간 23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3조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된다. 이대로라면 미래 자동차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크다. 신차 구매자의 수입차 구매 의향도 점차 높아져 올해 처음 2위로 올라섰다.
자동차 2000만대 시대는 우리 산업계의 기념비적인 성과다. 다만 그 성과가 오롯이 우리 것으로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폭적인 R&D 투자와 서비스 개선, 대·중·소 상생의 생태계 구축 등 장·단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그동안 닦아놓은 내수 기반마저 외산에 다 내줄 판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