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개 이상 센서로 구성한 센서 네트워크가 세상을 바꿉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이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한국도 서둘러야 합니다.”
김범준 일본 도쿄대 교수는 ‘테크 비즈 코리아(Tech-Biz Korea) 2014’에서 ‘사물인터넷 기반이 될 나노센서 소자 및 사업화 동향’이란 기조강연 2 주제발표에서 센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릴리온 센서 유니버스(Trillion Sensors Universe)’를 소개하며 “새로운 정보화 사회를 여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트릴리온 센서 네트워크’는 1조개 이상 센서로 구성한 네트워크로 물류·보건 등 사회 전반에 적용돼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한 사람당 150개 센서가 필요한데 세계 인구가 70억명쯤 되니 1조개 정도의 센서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이미 이런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한국도 이에 나서야 한다”며 “센서 네트워크는 앞으로 20년간 45조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기조강연 1을 맡은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 시스템 마련과 활발한 창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섬유·철강·조선 등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기존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남아 있는 반도체·스마트폰·자동차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우리 사회가 급속히 양극화하고 저출산 고령화로 활력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지속 성장하려면 창조력과 상상력에 기반을 둔 성장 동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따라가는 모방 경제를 버리고 선도하는 퍼스트무버로서의 창조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혁신은 관료화되고 절박하지 않은 대기업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진단한 그는 대신 혁신은 창업기업에서 일어난다며 창업을 강조했다.
고 회장은 또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아직도 창업보다는 고시나 대기업 문을 두드린다”며 “이렇게 혁신과 창업에 소홀하다가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조강연 및 개막식에 이어 진행된 ‘TI Club 공동포럼’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권혁동 서울과학기술대교수는 “사업화가 용이하면서, 우수한 기술이 개발돼야 하지만 연구기관의 기술공급과 기업간 인식의 차이가 있다”며 “이를 조정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TI Club은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코스닥협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한국산학연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연구개발서비스협회, 한국테크노파크협회 등 국내 유수 협회·단체장이 망라돼 있다. 산업현안 진단 및 이슈 건의 등을 위한 관련기관 협의체다.
이날 오후 열린 포럼에는 200명이 넘는 기업인이 자리를 빼곡히 메워 열띤 강연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권 교수는 이 자리에서 성공적인 기술사업화에는 기술의 우수성 이외에도 △기술의 시장 적합성 △성공적인 제품기획 및 개발 여부 △생산능력 및 품질수준 △디자인 개발 여부 △자금 및 판매능력 확보 여부 등 다른 경영적인 요소가 필수적으로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로 함께하는 상생협력’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대영 대우건설기술연구원 상무는 “중소기업의 근본적인 한계인 작은 규모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기술상생”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웰치스, AP, 선키스트 등은 모두 협동조합의 모델을 지향하는 기업들”이라며 “이들은 사업주이자 근로자이고, 1인 1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엔지니어링협동조합은 ‘포에스(4S)구조안전그룹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용 중이다. 이 조합에는 대우건설과 7개 전문업체 등 8개 법인이 참여해 운영 중이다.
홍진표 하이케이텔레콤 대표는 ‘메인보드(PCB) 제조융합 사업’ 사례 발표를 통해 “설계나 제조상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기업융합체인을 만들게 됐다”며 “융합기업은 영업이나 품질경영, 디자인, 연구개발 등의 핵심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센터장은 일본의 기업간 협업사례인 동성일렉트로빔을 소개했다.
백 센터장은 “1980년대 후반 동성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발주하던 대기업이 관계를 끊었다”며 “동성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주기업이 개발하고 싶은 신제품의 생산에 최적인 가공 기술을 제안한 후에 업무를 수주하는 방식인 ‘Job-Shop’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동성일렉트로빔은 외주가공 하청업체의 약점을 기업간 협력을 통해 극복하고 일본을 대표하는 부품분야 강소기업으로 변신한 사례다.
백 센터장은 “기존의 모기업이 모든 분야를 발주하던 것에서 벗어나 조정기업(동성)이 재료나 가공, 프레스, 처리, 완성, 조립 등을 조정한다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모두 유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패널 토론 코너에서는 주상돈 전자신문 부국장이 좌장을 맡아 기술사업화 이슈를 정리했다.
방은주 기자=ejbang@etnews.com, 박희범 기자=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