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과학관 묻지마식 MOU 남발, 성과는 `글쎄`

지난해 직원 채용비리로 구설수에 올랐던 국립대구과학관이 최근 ‘묻지마식’ 업무협약(MOU)을 남발하고 있다. 과학문화 확산과 과학기술인재 양성이라는 명목으로 맺은 각종 업무협약이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도 않고 ‘보여주기식’ MOU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립대구과학관은 지난해 말 개관 이후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각 지역 중고등학교, 대학, 박물관, 미술관, 지자체, 교육청 등과 집중적으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대구과학관과 업무협약을 맺은 기관은 모두 23곳. 올해 안에 예정된 두 곳을 모두 합치면 25곳에 이른다.

특히 지난 7월과 8월 두 달 동안에는 무려 12곳과 무더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과학관장이 5일마다 한 번꼴로 양해각서에 서명한 셈이다. 대구과학관은 업무협약을 맺을 때마다 외부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철저한 사후관리 없이 기관 홍보성이나 기관장 치적용으로 업무협약이나 MOU를 남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나 각 지자체도 최근에는 업무협약에 적극적으로 나서 돼 성과가 불확실한 MOU 교환은 가급적 자제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과학관이 출범 후 업무협약에 집중적으로 나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후발 과학관으로서 기존 과학관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급증이 한 몫을 했다. 또 과학관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업무협약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여기에다 과학관의 사업예산이 부족하다보니 각종 사업에 업무협약을 맺은 외부 기관의 사업비를 끌어오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이 때문에 대구과학관은 출범초기부터 올해 아예 업무협약 목표를 20곳으로 정하고 공격적인 MOU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업무협약이 양에 치중되다보니 질적인 사후관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업무협약을 맺었던 상당수 기관들과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실무자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업무협약 내용이 과학문화 확산과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정보교환 및 전문 인력 교류 등으로 모호하고 형식적이다. 기관 간 업무협약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업무협약이 기관장의 치적 쌓기나 기관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대구과학관 관계자는 “업무협약이 기관 평가의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에 목표를 정하고 MOU에 나섰다”며 “하지만 그동안 질보다 양에 치중해온 것 같아 앞으로 사후관리에 철저히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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