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이 차세대 통신 보안기술로 부상한 양자암호통신을 비롯한 양자정보통신 분야 연구개발(R&D)에 손을 잡았다. 통신 보안이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양국이 차세대 기술을 선도하면서 향후 기술 리더십과 관련 시장 주도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됐다.
양국 관계기관 담당자들은 지난 17일(현지시각)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힐튼호텔에서 ‘한미 양자정보통신 워크숍’을 열고 공동 관심사와 향후 연구방향 등을 논의했다.
양자정보통신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양 최소 단위인 양자의 성질을 활용해 계산 속도를 높이고 보안성을 강화하는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양자컴퓨팅 등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워크숍은 한미 양국 간 정보를 교류하고 궁극적으로 공동 R&D와 투자로 확대해 나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를 비롯한 관계기관 담당자 16명, 미국에서는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단장 등 14명이 참여했다.
양측은 양자컴퓨팅, 양자암호통신, 측정 3개 분야에서 양자 키 분배(QKD) 등 4개 주제를 도출했다. 주제별로 구체적인 연구과제 도출을 위해 내년 8월 또는 10월경 한국에서 2차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했다.
장기적 협력 외에 단기 연구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도출한 4개 주제를 기반으로 각국이 기존 과제기획 절차에 따라 연구를 추진하되 협의를 통해 협력 R&D가 가능한 길을 열어 놨다. 예를 들어 미국은 특정 주제에 대해 ‘한국 기관과 협력 R&D를 장려한다’는 문구를 명기해 협력 추진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사업 추진 주체를 국가과학재단(NSF)으로 정하고 NIST와 협력하기로 하는 조정도 이뤄졌다. IITP와 NSF는 향후 참석 대상을 다양화해 이론부터 실현까지 다양한 계층의 참석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번 워크숍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ICT 강국인 두 나라가 협력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6월 열린 한미 4차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양자정보통신 기술워크숍 개최를 합의한 바 있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미 관련 분야 국제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IITP 관계자는 “중국은 2016년까지 상하이와 베이징을 잇는 세계에서 가장 긴 2000㎞ 양자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세계 각국이 양자정보통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국가 R&D 협력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