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최근에서야 제조업 혁신에 본격 나선 반면 독일, 일본, 미국, 중국 등 해외 선진국은 이미 발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제조업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다양한 전략을 마련·추진 중이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독일은 ‘인더스트리(Industry) 4.0’ 프로젝트로 앞서 나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모든 생산기계·공정·물류·서비스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산업생산 시스템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활용이 기본이 된다. 국가 프로젝트로 출발했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지 않고 유기적인 민관합동이 이뤄지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산업계를 중심으로 이행전략 실천을 위한 ‘인더스트리 4.0 플랫폼’이 발족됐다.
최근 방한한 조 케저 지멘스 회장은 “예컨대 제조시설에서 데이터를 모두 연결하면 에너지 가격의 예측이 가능해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인더스트리 4.0은 이처럼 생산과 제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조업에서 디지털화는 1990년 독일 통일에 버금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한국은 인더스트리 4.0 시대에 성공을 거두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해외 이전 기업의 미국 귀환을 장려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2010년부터 ‘리메이킹(Remaking) 아메리카’ 프로젝트로 미국 기업의 귀환을 독려했다. 이전비용의 20%를 지원하고, 법인세를 35%에서 28%로 감면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멕시코, 중국 등으로 나갔던 기업이 생산거점을 다시 미국으로 옮겼다. 구글 글라스, 애플 맥북 등 첨단 제품의 생산 시설은 미국에 두도록 했다. GE는 냉장고 온수기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켄터키주로 이전했다. 이밖에도 150개가 넘는 제조기업이 해외에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일본은 작년 첨단설비투자를 늘리고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일본산업재흥플랜’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 과감한 설비투자를 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프로그램(SIP)’도 추진 중이다. 올해 515억엔을 투입해 자동운전시스템 등 차세대 인프라 부문과 에너지부문 5개 과제를 수행한다.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이미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과거 노동집약적 특성을 넘어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강국으로 진화했다. 풍부한 자본과 인재, 세계 최대 소비력이 바탕이 됐다. 차세대IT·신에너지·바이오·첨단설비제조·신소재·환경보전·전기차 등 미래 유망 산업 분야에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