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發 복합할부 수수료율 인하 `줄예고`...KB이어 신한·삼성 불가피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이견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1.5% 수준에서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는 데 합의했다. 현행 1.85~1.9%대의 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5%대로 가맹점 계약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7일 자동차·카드업계에 따르면 가맹점 계약 시한을 두 차례 연기한 현대차와 KB국민카드가 실무 협상을 진행하고 1.5%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전날 수수료 협상에 직접 나서면서 이견이 좁혀졌다. 윤 내정자는 이원회 현대차 재무담당 사장과 비공식 면담을 진행해 수수료율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할부금융은 자동차 구입 대금을 신용카드로 내면 캐피털사가 카드사에 결제대금을 갚아주고 고객은 캐피털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상품이다.

현행 카드사별 복합할부 가맹점수수료는 1.85~1.9%다. 이 가운데 카드사는 캐피털사에 1.37%의 재원을 지급하고, 0.2%는 고객에 대한 캐시백으로 사용된다. 카드사에 남는 부분은 0.33%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와 국민카드 간 복합할부 수수료율은 적정선에서 봉합됐지만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 1.9%대의 비교적 높은 수수료를 현대자동차에서 받아온 다른 카드사도 수수료율 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복합할부 수수료율 갈등은 표면적으론 현대차와 KB국민카드 양사 대립처럼 비화됐지만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 간 자존심이 걸린 업종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국내 1위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KB국민카드에 현행 1.85%인 가맹점수수료율을 0.7%까지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재협상 과정에서는 1.0~1.1%로 폭을 좁혀 제시했다. 체크카드 수준으로 수수료율 낮춰달라는 주장이다.

KB국민카드는 복합할부금융 상품은 독립된 수수료 체계로 운용해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고수했고 현대자동차 측은 복합할부는 자금공여 기간이 하루에 불과하고 대손 비용도 들지 않는 데도 일반 신용카드와 똑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까지 수수료율 문제에 개입하면서 상황은 산업계과 금융계 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됐다. 금융당국은 현대차의 요구에 방카슈랑스 25% 룰을 적용하는 강경카드를 들고 나왔다.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에 방카 25% 룰 규제가 적용되면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할부금융 비중을 25% 이상 취급할 수없게 된다. 결국 파행은 피하고 보자는 양사가 한발씩 양보하면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복합할부 수수료 인하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반응이 상당하다. 당장 내년까지 1.9%대의 비교적 높은 수수료를 받아왔던 카드사를 대상으로 현대자동차가 협상에 나설 것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등은 내년 상반기 현대자동차와의 복합할부 가맹점 계약이 만료된다. 이미 KB국민카드가 수수료율을 인하한 상황에서 다른 카드사들도 현대차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카드업계는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이 1.5%까지 떨어지면 카드사로선 이익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표]카드사별 현대차 복합할부 수수료율 및 계약 현황

현대차發 복합할부 수수료율 인하 `줄예고`...KB이어 신한·삼성 불가피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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