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둘러싸고 해외 음악계가 들썩이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저가로 음악을 유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산업을 망친다며 자신의 모든 노래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뺐다. 그 후 며칠 만에 다니엘 엑 스포티파이 CEO는 스위프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스포티파이는 가입자 4000만 명을 가진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다.
스위프트는 언론 기고문에서 “음악은 중요한 예술이고 가치가 높기 때문에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결국 최신 발매된 앨범 ‘1989’를 비롯한 본인의 모든 곡을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스포티파이의 반박도 거셌다. 다이엘 엑 스포티파이 CEO는 스위프트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장문의 글을 공식 블로그에 올렸다.
다니엘 엑은 “스포티파이는 지금까지 20억 달러(2조1996억 원)이상을 음반제작사나 소속사에 지불해 왔다”며 “스포티파이는 전체 수입의 70% 이상을 저작자에게 지불한다”고 말했다.
논쟁의 핵심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실제로 음악 산업에 도움이 되는가 여부다.
스위프트를 비롯한 일부 창작자는 주어진 광고를 들으면 노래를 공짜로 들을 수 있는 스포티파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음악이 공짜’라는 인식을 퍼뜨린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정액제 방식의 유료 모델도 마찬가지다. 무제한으로 음악을 재생해도 정작 가수나 작곡가 등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매우 낮아 스트리밍 서비스가 오히려 음악 산업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불법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가 난무하는 상황에선 스트리밍 서비스가 오히려 창작자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한다.
다니엘 엑은 “0과 20억 달러를 비교하면 된다”며 “해적사이트에서 사람들은 전혀 음악 이용료를 내지 않지만 스포티파이엔 20억 달러를 지불해 왔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도발은 최근 음악계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떠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음악계의 불만이 터져 나온 상징적 사건이다.
전 세계적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이 CD나 MP3 다운로드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스트리밍 산업의 성장은 가팔랐다.
미국 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스트리밍 산업은 2010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상반기 미국 내 음악 스트리밍 매출은 처음으로 CD판매를 추월했다. 이 과정에서 스트리밍은 음악 산업의 주요 논쟁거리 중 하나가 됐다.
음악계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많은 이에게 노래가 감상 되더라도 정작 유통 수수료와 디지털 음원 서비스 사의 몫을 제외하면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미미하다는 점 때문이다. 스포티파이의 경우 한곡이 재생될 때 0.006달러(약 6.6원)가 저작자에게 돌아간다.
국내 분위기도 비슷하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수익이 배분되지 않는 주범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반감으로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바른음원유통조합을 세웠다. 조합은 탈 스트리밍을 지향하며 시장의 왜곡을 바로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음악 저작권 협회와 삼성전자 밀크뮤직 간 ‘공짜 음악’을 두고 벌어진 공방도 같은 맥락이다.
스트리밍 업체는 많은 음악이 여러 사람에게 감상될수록 음악 산업은 더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음악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스트리밍 업체에 손을 들고 있는 분위기다.
음악 창작자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간의 수익배분을 둘러싼 공방은 소비자 편의성이라는 잣대가 스트리밍 업체에 기울어진 이상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