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잇따라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거나 받을 위기에 놓여있어 내년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시범사업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신망 구축의 노하우를 가진 통신사들이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으면 당분간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700㎒ 주파수 대역 20㎒폭의 공공 분야 우선 할당 기류가 조성되면서 한숨을 돌렸던 재난망 사업이 새로운 변수를 만난 셈이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정부입찰 제재에 불복하며 정부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내년 4월 초까지 정부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LG유플러스 역시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수개월간 공공 입찰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
판결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안전행정부의 재난망 시범사업 추진 일정 때문이다. 안행부는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 내년 1월 시범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공지할 계획이다. 일정 공지 기간을 거쳐 3월에 사업자를 선정하고 4월부터 바로 사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3월에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선 늦어도 3월 중순까지 제안서 접수를 마감해야 한다. 이 시기까지 제안서를 제출할 수 없는 통신사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500억원 규모 시범사업은 본사업에서 실제로 사용할 기술과 장비를 테스트하고 개발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정보전략계획(ISP) 못지않게 중요하다.
안행부는 “현재 재난망 ISP 수립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시범사업 역시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통신사 부정당제재 이슈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사업자의 사정을 일일이 봐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단호한 입장에 가장 먼저 소송 결과를 통보받은 KT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중요하고 민감한 사업인데다 시범사업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부정당제재의 영향을 거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재난망은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ICT 기반으로 국가 차원의 재난안전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중차대한 사업”이라며 “위성과 마이크로웨이브 등 최대 규모 유무선 인프라를 보유한 KT는 PS-LTE 분야 선도적 사업자로 재난망 구축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과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난망 사업의 주축이 통신사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부 통신사를 배제한 상태로 사업을 진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일정을 준수하면서 모든 통신사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