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타보고 싶다, 조용하다 그리고 경제적이다

“타보고 싶은데…”

제주첨단과학단지에 위치한 제주전기차서비스에서 만난 전기차는 사진으로 보던 모습과 달랐다. BMW ‘i3’, 기아차 ‘쏘울EV’, 르노삼성차 ‘SM3 Z.E.’ 등 이들 전기차는 붉게 물들어가는 한라산 능선에서 아침 햇살을 반사하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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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에 주차된 전기자동차.

운전석에 앉자 문을 닫는 순간 외부 소리와 단절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런 착각은 시동을 건 이후에도 계속됐다. 출발을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에야 ‘잉~’ 하는 모터 소리가 작게 들려와 비로소 시동이 걸렸음을 인식했다. 소리 없이 굴러가는 모습이 마치 영화에서 발 없는 유령이 이동하는 것과 흡사한 모습을 연출했다.

도로로 나와 운행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함덕서우봉’ 해변이다. 산 능선에서 해변을 향하는 내리막길이다. 그런데 운행 가능거리가 90㎞ 남았던 충전 잔여량이 슬금슬금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리막길을 지나서 평지에 들어설 무렵 93㎞가 됐다. 내리막길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으면 자동 충전되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더니 신통방통할 따름이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창문을 열자 제주의 바람과 파도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휘발유나 경유차라면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섞여 있었을 테지만, 전기차로 달리며 듣는 소리는 50걸음 이상 더 해변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승 중에 전기차를 구매한 자가운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인테리어업체 디자인에이알 대표인 좌으뜸씨는 지난 7월 구매한 전기차 BMW i3를 벌써 1만㎞ 가까이 몰았다. 하루 평균 150㎞ 거리를 운행한다는 그는 정부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말할 만큼 매력에 사로잡혔다.

좌 씨는 “정부 보조금 빼고 4100만원을 들여 차량을 구매했는데, 한 달에 절감되는 연료비가 70만원에 달해 5년이면 차 값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족해했다.

급속충전기 73개를 포함해 총 815개나 설치된 충전인프라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는 제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배터리 잔량이 0이 되도 내리막길에서는 충전하면서 내려갈 수 있어 얼마든지 더 운행이 가능하고, 오르막길은 약 1.5㎞ 운행할 수 있다”고 경험담을 말했다.

좌 씨는 “다만 전기차 보급 초기이다 보니 생기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를 렌트해 사용하는 운전자가 급속충전소에 차량 충전뿐 아니라, 주차장으로 사용해 다른 운전자가 충전을 할 수 없게 한다든지, 충전케이블·전용타이어·교체용 배터리 등 소모품 가격이 공개되지 않고 수급도 쉽지 않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좌 씨의 결론은 회사차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매력적인 전기차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더욱 확대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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