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박수칠 때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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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지도자들이 박수 받을 때가 있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거나, 경제적으로 국민들에게 윤택한 삶의 환경을 제공하면 지지율이 상승한다. 2012년 11월 ‘차이나드림’을 앞세워 최고 통치권자가 된 시진핑의 정풍운동이 대표적이다. 집권 1년차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기치 아래 추진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기업 개혁, 올해 들어 적폐와의 일전, 공무원 연금 개혁 드라이브에도 상당수 국민들이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두 지도자 모두 경제 살리기라는 난관에 직면했다. 한국형 양적완화를 뼈대로 한 초이노믹스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져간다. 중국 역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차이나 리스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 중간선거를 통해 8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미국인들은 왜 6년 전 ‘아메리카의 미래’를 외쳤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을까. 미온적인 IS 대응 등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호전되는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지수가 낮았던 게 결정타였다.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중국과 한국의 지도자가 된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가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한국뿐 아니라 지구촌이 모두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했다. 의식주 문제 해결이 치국의 최우선가치가 된 셈이다. 그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경제라고…. 2014년 11월 한국인들에게 절대 필요한 가치도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풍족한 것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윤택한 삶을 바라는 게 민심이다. 심리학자 매슬로가 고안안 욕망의 5단계 위계 중 밥을 먹고 잠을 잘 자려는 생리적 욕망이 충족되지 않다 보니 그 이후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안전’ ‘소속감’ ‘자기존중’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지도자와 국회의원들은 어떤가. ‘민생’을 얘기하면서 ‘개헌’을 거론한다. 집 주인의 전화에 안절부절 못하는 전세 난민과 하우스 푸어의 고충을 알지 못하는 과시적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개헌론은 한가한 이들의 말장난이다.

저축도 사치가 된 지 오래됐다. 모으고 싶어도 모을 돈이 있어야 저축을 할 것 아닌가. 지금처럼 ‘빚 권하는 사회’라면 앞으로 이 빚의 무게에 짓눌려 삶을 포기하는 생계형 자살이 늘어날 수 있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막는 임계점에 도달한 게 오늘날 한국경제가 처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정부는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낮은 간접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가계가처분 소득을 올리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골든타임이 흘러가지만, 정책방향은 오히려 역행한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진정 이 시대의 서민 정서를 아는지 묻고 싶다. 과거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이 모토 아니었던가.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는 국민과 지지 기반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줄타기만 이어간다.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의 지갑으로 특정 집단의 연금을 보전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의견도 없다. 국가의 미래를 말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에는 어정쩡하다.

새 정치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국가 지도자들이 고위공직자 및 화이트칼라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김영란법 처리에 앞장서야 한다. 진정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는 얘기다. 이마저도 용기가 없다면, 떠나라.


김원석 글로벌뉴스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