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개혁 정책 성공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중앙 부처 공무원의 규제 마인드 탈피를 꼽는다. 아직도 많은 부처 공무원이 규제를 ‘전가보도(傳家寶刀)’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탓이다.
실제로 중앙 부처 공무원을 만나보면 “우리 부처는 규제 수단이 없어 맨 몸으로 일해야 합니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규제 권한이 있는 부처는 정책을 펼치기 쉽고 그렇지 않은 부처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두세 배의 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부처 공무원에게 규제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소중한 도구이자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이 같은 경향은 자연스레 부처 간 ‘규제 수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새로운 융합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업계가 하소연하는 것은 중복 규제로 인한 폐해다. 두 개 이상 복수의 부처가 서로 업무 연관성을 내세우며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통에 연구개발·마케팅보다 규제에 대응하는 가욋일이 더 많을 정도다.
문제가 커져 범 정부 차원에서 부처 간 중복 규제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진행돼도 별 소용이 없다. 부처 사이에 해당 산업 규제 권한을 지키려는 물밑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공무원 사이에 아직은 규제를 줄여 기업 활동 여건을 개선해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규제에 기반을 둔 지원 정책을 펼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강한 실정이다.
정부도 규제개혁 정책 집행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했다. 관련 법과 제도를 고치는 대신 공무원의 사고와 행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규제개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일하는 문화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열린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1차 회의 건의과제 처리 과정을 보면서 공직 사회에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보자, 그런 일처리 방식이 만연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런 안이한 일처리 방식부터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의 문구를 바꾸는 것은 쉽지만 제도 변경 효과가 실제로 현장에 나타나기는 쉽지 않듯 관가에 만연한 규제 지상주의가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부처 공무원들이 규제 마인드를 떨쳐버리도록 범정부 차원의 업무문화 개선 노력과 후속 관리작업이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