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디스플레이 기술로 퀀텀닷(양자점) 디스플레이가 주목받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액정표시장치(LCD)의 뒤를 이어 등장했지만 높은 가격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시장 확대가 아직 지연되는 상황에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OLED와 동등하거나 그보다 높은 색재현이 가능하고 발전한 기술로 제조 원가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술 경쟁 속도내는 퀀텀닷 디스플레이 시장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04년 연간 10건 미만이던 퀀텀닷 기술 특허 출원이 2005년 21건으로 증가한 후 매년 23.4% 가량 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며 핵심 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자점 디스플레이는 패키지와 레일, 필름 세 종류로 나뉜다. 패키지타입은 발광다이오드(LED) 패키지에 직접 퀀텀닷을 실장하는 구조다. 가장 간단하지만 LED 발열에 따른 문제와 LED 수지와의 상용성 문제로 아직 제품은 출시되지 않았다.
미국 QD비전은 레일타입 기술은 먼저 상용화 했다. 레일타입은 엣지형 LED 백라이트유닛(BLU)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름이 수 ㎜인 유리관에 밀봉된 형태로 가공된 퀀텀닷을 청색 LED바에 덧대 백색광을 형성한다. 발열에 영향이 크지만 퀀텀닷 소모량이 적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제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TV 등 대형 제품에 적합하다. 일본 소니도 이를 적용한 TV를 출시했다. LG디스플레이도 2010년 QD비전과 개발·생산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3M과 나노시스는 공동으로 태블릿 PC 수요를 잡기 위해 필름타입 기술을 QDEF(Quantum Dot Enhancement Film)란 이름으로 상용화 했다. 필름타입은 퀀텀닷을 필름으로 형성해 청색 BLU 모듈 도광판 앞에 배치하는 형태다. 청색 LED 빛이 도광판을 거쳐 퀀텀닷에 도달해 열 영향이 적고 신뢰성이 높다. 얇은 필름형태로 소형 LCD 패널에서도 구형 가능하다. 공정도 기존 LCD 모듈 공정과 별 차이가 없어 적용이 쉽다.
업체들은 양자점 소재로 독성이 강한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현재 신뢰성이 높은 퀀텀닷은 카드뮴 기반이지만 유럽 유해물질 제한지침(RoHS)에 카드뮴이 유해물질로 지정되며 오는 2016년부터 사용이 제한된다.
미국 화학업체 다우케미컬은 지난해 비카드뮴 퀀텀닷 개발 업체인 영국 나노코로부터 글로벌 독점권을 획득해 국내 천안에 세계 최초 양산 시설을 구축 중이다. 내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3M도 카드뮴 함량이 100ppm 이하 제품을 개발해 2015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태동기에 접어든 퀀텀닷 디스플레이 시장
퀀텀닷 디스플레이 시장은 레일타입과 필름타입으로 구분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퀀텀닷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00만달러에서 오는 2020년 2억달러까지 연평균 11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출하량의 경우 지난해 150만대에서 2020년 870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 퀀텀닷 TV 신제품을 공개하고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LG전자도 퀀텀닷 TV 전시와 생산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니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미국 QD비전과 기술제휴를 맺고 레일타입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브라비아 TV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자사 스마트폰 등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신도 올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2014에서 85인치 퀀텀닷 디스플레이 초고화질(UHD) TV를 공개했다. 이어 중국 가전 제조사들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IFA에 앞다퉈 제품을 공개해 본격적인 퀀텀닷 TV 경쟁을 예고했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해 말 출시한 7인치와 8.9인치 킨들 파이어 HDX 제품부터 필름타입 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애플 역시 작년 12월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백라이트 조광제어 기술 등 3건의 관련 특허를 출원해 향후 신제품 적용 여부가 주목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