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엔저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등 대외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3일 오전 9시 45분에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3원 오른 달러당 1079.8원까지 올랐다.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고, 달러당 110엔을 넘은 엔·달러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겹쳐 오전 한때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1.3원이 오르며 1080원 가까이 치솟았다. 다만 환율이 상승하자 수출업체의 네고(달러화 매도) 물량이 대거 유입되고 시장 참가자의 롱스탑(달러화 매수포지션 청산) 주문이 이어져 상승폭은 제한됐다.
엔저공포에 휩싸인 코스피지수는 11.46포인트(0.58%) 떨어진 1952.97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로 장중 1940선까지 밀려났으나 1950선을 지켰다. 전자·자동차로 대표되는 수출주는 엔화 약세 우려에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0.72%(9000원) 내린 123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 주가는 전일보다 5.88%(1만원) 내린 16만원에, 현대모비스는 4%(1만원) 내린 24만원에, 기아차는 5.57%(2900원) 하락한 4만9200원에 마감했다.
심상찮은 엔저 공습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 결정을 시장 예상보다 빨리했다”며 “금융시장 여파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3일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현재 최대의 관심사”라며 “엔저에 대해 무엇이든지 급속히 변경되는 것은 고민을 좀 해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31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중자금 공급량을 지금보다 10조∼20조엔 늘리기로 했다. BOJ는 현재 연간 약 60조∼70조엔의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이를 80조엔까지 확대하는 결정은 시장 예상을 넘어선 수준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등 대외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중국과 유럽의 경제전망도 밝지 못해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선언에 이어 일본이 추가 양적 완화를 발표하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급변하면서 정부는 12월 말 발표예정인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 부총리는 “경제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내년 경제운용 방향을 잡기 어렵다”며 “경제 활력을 회복하면서 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