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등 온실효과를 유발시키는 온실가스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손 쓸 도리 없는(irreversible)’ 상황이라는 UN 패널 보고서가 나왔다. 각국이 대폭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UN 정부간기후변화패널(IPCC)이 최근 전 세계 과학자 수천명의 의견을 모아 온실효과가 지속될 경우 ‘뒤집을 수 없는 효과’가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냈다고 3일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을 당장 멈추더라도 효과는 100년 넘게 지속될 수 있다. 게리 요헤 웨슬리언대 교수는 “비용대비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 완전히 늦은 건 아니지만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복구비용이 훨씬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널들은 1950년대부터 인류의 활동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해 ‘확실한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 지난해 연말 처음 패널 모임을 열었을 때는 연관성에 대해 알 수 없다거나 온실효과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지만 최종 보고서는 이같은 내용이 다 빠졌다.
특히 미국에서 올해 5·6·7·8월 4차례나 최고 기온 기록이 깨지면서 온실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메탄가스는 산업혁명 초기보다 40% 증가했고 지난 80만년 간 전례가 없는 일로 기록됐다. 이대로 배출을 지속하면 공기 중 이산화탄소 밀집도는 지난해 100만분의 400에서 오는 2011년 100만분의 450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젠드라 패슈리 IPCC의장은 “빠르게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서 확실하게 온실 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내년 연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기후협약에서 좀 더 강력한 온실가스 절감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인다. 지난 1995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만큼 감축하자는 합의)’에 각국이 합의했지만 미국이 발효되기 전 탈퇴했고 지난 연말 개최된 당사국회의(COP)에서도 미국의 반대로 구속력 있는 내용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미국은 지난 6월 자체적으로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했지만 교토의정서에서는 한참 후퇴했다.
보고서가 이례적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내년 논의에서는 감축 목표를 좀 더 강화하고 개발도상국까지 포함시킨 협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설비·소재 교체, 탄소배출권 구입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