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명을 넘는 일본 총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25%를 웃돈다. 일본인 4명 중 1명은 노인이란 얘기다. 국민 평균 나이도 44세로, 미국(37세)이나 영국(40세)에 비해 훨씬 높다.
일본이 ‘노인 천국’으로 불리는 것은 고령 비율이 높거나, 평균 연령이 세계 최고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버 세대를 위한 각종 스마트 제품과 서비스가 이들의 여생을 보다 평온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한 ‘실버 시장’을 하나의 산업으로 키워 놓기까지 했다.
일본 후지쯔의 노인 특화 스마트폰인 ‘라쿠라쿠’는 통화자의 목소리를 느리게 변환해주는 기능을 비롯해 바탕화면에 깔려 있는 응급전화 앱, 병원과 직통 핫라인 앱 등으로 인기다. 교세라의 ‘지터버그 터치’도 일본에서 잘 팔리는 실버폰 중 하나다.
스마트 혁명은 이들 실버 세대의 청춘을 돌려놓기도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과 그에 따른 사회 참여와 소통은 노인 건강과 사회적 생산성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한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발표한 ‘연령별 인터넷 이용률’에 따르면, 60대는 2001년 15%에서 2010년 65%로 증가했다. 70대도 40%대에 달할 정도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으로 중무장한 일본판 ‘실버 서퍼’의 출현으로 일본의 대표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취미인구락부’는 노인은 물론, 이들과의 공감 이슈를 찾는 2030세대에까지 화제를 낳고 있다.
노년층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서비스인 ‘실버서퍼닷컴’은 지난해 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월평균 방문자 수가 25만명을 넘어섰다. 노인 건강과 관련한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세계적으로 23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실버 세대의 IT화는 산업 현장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신기술·신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이들의 두둑한 주머니를 타깃으로 한 각종 첨단 IT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최근 각종 센서와 스캐너로 교차로 등에서 고령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시스템을 선보였다. NWIC는 노인·환자 전용 배설물 자동처리 로봇을 개발했고, 파나소닉은 올해 실리콘 손가락으로 머리 감기에서 말리기까지 다 해주는 헤어케어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전 세계 모든 테크 기업들이 차세대 수종산업으로 꼽는 ‘헬스케어’와 ‘스마트홈’ 산업 역시 결국 실버 서퍼들의 선택 여부에 의해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