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 성장률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회가 규제 입법 중심에서 산업진흥 입법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최근 게임산업의 침체가 잇따른 규제 정책으로 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확산되자 ‘민간 자율’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제를 철회하는 것과 더불어 산업을 다시 일으킬 근본적인 진흥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이 게임물관리위원회 업무를 사후심의에 집중하도록 바꾸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게임 출시에 따른 제약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구글, 애플, 스팀 등 약 3년간 사후심사 구조로 운영된 글로벌 플랫폼이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다”며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성숙도가 높아진 만큼 게임사가 주체가 되는 자율 민간심의를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게임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들은 올해 들어 쏟아졌다. 7월 김상민 의원(새누리당)이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광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0월 비영리 게임 등급분류 수검 의무를 면제하고 정부가 게임의 사회적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같은 경향은 2012년, 2013년과 뚜렷이 비교된다. 지난 2011년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후 국회는 2년간 △쿨링오프제(발의 폐지) △인터넷게임중독 예방법 △강제적 셧다운제 강화 △게임중독 치유기금 강제 징수 등 초 강경 게임 규제 법안을 쏟아냈다.
국회의 게임 관련 기조가 바뀐 것은 그동안 시행한 규제에 실효가 없다는 비판이 거세진 데다 게임산업이 최근 2~3년 사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14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3년 국내 게임산업은 0.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성장률은 〃1.8%로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 역시 한걸음 물러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9월 규제 개혁 차원에서 ‘셧다운제’를 부모 동의 하에 적용하지 않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내년 5월로 시행이 유예된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도입도 재검토할 방침이다.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사무국장은 “새 정부 들어 규제 철폐, 창조경제 등이 요구됐지만 국회는 게임의 역기능에 초점을 맞추며 입법과 정책이 미스매치됐다”며 “최근 들어 국회 인식이 많이 바뀐 만큼 규제 개혁 취지를 제대로 살리며 방향성을 잡아갈 진흥 법안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기존 규제 영향력을 봉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규제 이슈를 넘어 산업 진흥책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이미 산업 에너지가 많이 꺾인 상황으로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평가도 하기 어렵다”며 “(최근 국회나 정부의 게임 규제 움직임은) 쇠망치로 (산업을) 때려놓고 반창고를 처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중소개발사들은 개발비를 충당하지 못하고 대형 기업도 매출 감소에 전전긍긍하는 중”이라며 “규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정확히 진단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진흥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