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빌 게이츠 서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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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 지금 컴퓨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좋은 소프트웨어 교육과정과 서적 그리고 좋은 소프트웨어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좋은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래밍을 이해할 수 있는 사용자가 없는 한 컴퓨터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럼 앞으로 좋은 프로그램이 컴퓨터 시장을 위해 쓰이게 될까요?”

이는 빌 게이츠가 1976년 당시 유명한 컴퓨터 동호회였던 홈브루컴퓨터클럽에 보낸 ‘컴퓨터 애호가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의 일부분이다. 40여년 전 미국의 일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정과 비교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는게 놀랍다.

빌 게이츠는 이 편지에서 “폴 앨런과 함께 개발한 알테어 베이식의 가치가 4만달러에 이르고 사용자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상에게서 받은 저작권료는 시간당 2달러도 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소프트웨어 절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의 지적처럼 저작권 위반은 소프트웨어 개발사로부터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기회를 빼앗는 행위다. 하지만 최근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은 개발사뿐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더 민감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바로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도 있는 보안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소프트웨어연합(BSA)이 세계 2만2000명에 달하는 이용자와 2000명이 넘는 IT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IT 기업 경영진의 상당수(62%)가 ‘라이선스가 없거나 손상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악성 소프트웨어가 보안을 위협할 것’이라고 답했다. 악성 소프트웨어가 끼칠 악영향으로는 데이터 손실이 가장 많았고 기업 정보 유출, 치료에 드는 돈과 시간, 지식 재산이나 독점 정보 손실이 뒤를 이었다.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 따르면, 75% 이상의 기관이 최근 2년 내에 시스템 장애나 정보 손실 혹은 유출을 겪었다. 2013년 데이터 손실 혹은 유출 건이 전년 대비 62%나 증가했고 이 중 8건은 개인정보가 1000만건 이상 유출된 대형사고가 됐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앞선 IT 인프라로 인해 사고가 터지면 피해 규모나 영향이 더 넓고 큰 실정이다. 이미 카드와 쇼핑몰, 통신사 등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국민적 불안과 혼란을 샀다.

BSA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 대다수인 86%가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공식적인 정책이 있거나 비공식적인 규약이 있다고 답한 반면에 사원들은 42%가 회사에 정품 소프트웨어 정책이 없거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회사가 아무리 좋고 중요한 정책을 마련해 실시한다고 해도 직원들이 이를 내면화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업이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관리 정책을 만들고 이를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알리고 활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머지않아 새로운 버전의 빌 게이츠 서신을 받아들어야 할지 모른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다가는 소프트웨어 산업 종말과 함께 기업 스스로 하루아침에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서신 말이다.

고대식 목원대 전자공학과 교수(한국정보기술학회 명예회장) kds@mok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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