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단통법과 요금인가제

Photo Image

이달 시행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통신시장 최대 화두다. 지금까지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마케팅 요소임에도 부인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갖고 있던 지원금 체계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산업발전을 유도한다는 게 단통법 취지다.

시행 초기 이런저런 불협화음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특히 시행 직후 급격히 낮아진 지원금으로 이동통신 소비자 불만이 높았는데, 이는 결국 정부와 이통사업자가 신뢰를 쌓아가며 법의 근본 취지 달성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만 극복할 수 있는 과제로 보인다.

다만 관련 의견 중 일부 지나치게 부정적 시각, 특히 요금인가제를 이와 결부시켜 요금인가제 폐지가 단통법의 해결책이라는 주장 등은 인과관계나 논리적으로 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아직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단통법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기에 이르지만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의 약 1.5배 증가, 부가서비스 가입 비중 절반 감소, 중고폰 가입자 비율 60% 증가 등의 수치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단통법의 구체적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말해준다.

이통 3사가 지원금 상향, 지원 플랜 신설, 요금제 조정 등을 발표함으로써 다소 시장의 불만수위가 낮아진 듯한데, 단통법의 바람직한 연착륙을 위해 당분간 몇 개월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본다.

단통법의 주요기능인 단말 제조업체의 출고가 인하나 요금·서비스 경쟁의 자연스러운 유도를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다만, 단통법 환경을 이유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요금인가제가 요금인하를 가로막는 규제인지 그 사실관계를 보면, 2010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상 인가대상 사업자라도 요금인하 시에는 규제 면제다. 즉, 인가대상사업자라고 해도 요금인하에 대해서는 이미 규제가 없으므로 이를 폐지한다고 해서 현재와 다른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통법의 폐해만을 부각시켜 요금인가제가 해결책이라는 일부 의견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는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목표는 이루지도 못하고 ‘부당한 요금’을 조절할 수 있는 정부의 수단만 잃을 수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해 특정사업자의 시장지배력 강화만 가져오게 되는 등 시장경쟁 후퇴를 가져올 수 있는 점에서 신중히 다룰 일이다.

이동통신시장은 규모의 경제 및 망외부 효과 등으로 인해 선발사업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대표적 장치산업이다. 특히 한국 시장은 전 세계에 유례없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이 높아 시장실패가 일어나기 매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요금인가제는 이러한 악영향을 부족하게나마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요금정책 및 단통법 기본 취지인 ‘요금인하를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섣부른 요금인가제 폐지보다는 알뜰폰 사업자를 포함한 다양한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 활성화 유도와 이를 통한 선발사업자의 시장지배력 완화가 가장 합리적인 답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이동통신 보조금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단통법과 같은 특단이 요구됐던 것처럼, 우리 시장의 독특한 경쟁 불균형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요금인가제를 비롯한 필요 규제는 이러한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다.

정인준 대구대 경영학과 교수 ijjeong@daegu.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