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스트 가습기 `에어워셔`의 정체성 혼란

바야흐로 건조한 계절이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에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과거에는 가습기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였다.

지난해부터는 가습기의 문제점을 해결한 에어워셔가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에어워셔를 내놓는 가전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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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에어워셔 시장은 좀 달라졌다. 에어워셔의 ‘공기청정기화’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한 소비자 단체가 공기청정 기능을 문제 삼아 논란이 되자, 업계는 올해 제품에 공기청정 성능을 대폭 강화해 선보였다.

위니아만도, 위닉스, LG전자 모두 올해 신제품 중 일부는 한국공기청정협회가 만든 인증 마크인 ‘CA인증’을 받아 출시했다. 지난해 불거진 에어워셔 논란을 잠재우려는 시도다. 그러나 에어워셔에 헤파필터 등 여러 공기청정 필터가 추가되면서 가격은 10만원 가량 올랐다.

일부 업체는 프리미엄급 에어워셔에 겨울철이 지나 가습 기능이 필요하지 않으면 공기청정기로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결국 복합형 제품으로 변신하면서 경쟁상대에 공기청정기가 추가됐다. ‘가습기’ 기능을 대체하는 고급형 제품으로 출발한 에어워셔가 ‘공기청정기’가 돼버린 것이다. 에어워셔와 공기청정기의 한 판 대결로 전환된 셈이다.

부족한 성능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에어워셔 본연의 기능이 희석되면서,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 소구점이 애매해졌다. 업계는 지난해 소비자 단체 지적에 대해 ‘공기청정’ 측정 방식이 다른 제품들을 일률적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결국 공기청정 기능을 추가하면서 지난해의 지적을 인정한 꼴이 됐다.

지난해 업계는 에어워셔 성능 평가 기준을 만들자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과 없이 해를 넘기고 다시 시즌을 맞았다.

과거 논란이 됐던 가습기의 문제점을 해결한 프리미엄급 가습기 ‘에어워셔’가 향후 제품 성격에 맞는 고유 영역을 구축할지, 공기청정기의 부수적 기능을 가진 복합형 제품에 머물지 시장의 반응이 흥미롭게 됐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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