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북 전기통일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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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전기산업 통일이 이슈다. 경제협력에 앞서 전기산업이 통일돼야 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이미 첫 발은 뗐다. 한국전기공사협회가 지난 7월 ‘전기분야 통일위원회’ 출범식을 가진 데 이어 한국전기산업진흥회가 지난달 전기산업 통일연구 협의회를 설립했다. 분야별 전문가를 영입해 진용을 갖췄다.

두 단체 모두 북한 경제 지원은 물론이고 포화된 국내 전력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시하는 밑그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용어와 관련 기준을 통일하고 노후한 설비를 교체하는 것이다. 송전망이 부실한 북한 사정을 고려해 소규모 분산형 전원인 마이크로 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도 같다.

하지만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목적지로 가는 길은 다르다. 공사협회는 전기산업 협력은 시공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진흥회는 실제 도움을 위해서는 변압기나 발전기 등 국산 전력기기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협회는 시공업체 모임이고 진흥회는 제조업체가 회원사인 탓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실제 전기산업 통일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차원에서 북한과 협력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 지원이 아닌 사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인해 섣불리 투자하기도 어렵다.

전기 핵심인 전압도 남북이 다르다. 국산 전기기기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게다가 전압을 서로 맞춘다는 것은 정치로 풀어야 하는 숙제다. 전기 공사에서는 해외 수출사례를 봐도 저렴한 현지 인력을 쓰게 된다. 남한 업체가 직접 진출하기 어렵다. 전기산업 통일이 자칫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주도권은 어디에 있어도 상관없다. 결국 설비나 시공은 같이 가야 한다. 설비 없인 시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공기술 없이 설비만 공급하는 것도 문제다.

통일은 추상적인 개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제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서로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 머리를 맞대야 지혜가 나온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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