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료기기 강국, 장밋빛 전망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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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앤드존슨은 국내에서 소비재 기업으로 유명하지만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가 지난해 의료기기 및 진단사업 부문에서 번 돈은 284억900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30조원에 달했다.

그래서일까. 한 해 집행하는 연구개발비도 남다른 수준을 자랑한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해 17억8000만달러(1조9000억원)를 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분석 결과 세계 10대 의료기기 기업 중 연구개발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선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우리나라 최대 의료기기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메디슨은 2013년 2700억원의 매출에 연구개발비로 300억원을 썼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3% 정도로 국내외를 망라해 높은 수준에 속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는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이는 삼성메디슨 한 기업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 414개를 대상으로 연구개발비를 집계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총투자액은 3395억원(2012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개발비를 다 합쳐도 다국적 기업 한 곳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100년 넘게 사업을 추진하며 세계 시장에서 철옹성을 구축한 글로벌 기업들이 연구개발에서도 절대적 우세 속에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활로를 개척할 것인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국내 산업은 점점 샌드위치 신세로 몰리고 있다. 중국을 후발주자로 평가하지만 중국 대표 의료기기 기업인 마인드레이는 2007년부터 2013년 동안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 방안으로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자주 거론된다. 그것이 미래 정답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해법을 찾기 위한 고민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의료강국 진입이라는 거창한 구호나 장밋빛 전망보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이에 따른 구체적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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