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디지털 초연결시대로의 진입에 따라 실물 중심의 산업경제에서 지식 중심의 창조경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변화에 선도적으로 동참했고, 한국형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모든 분야에서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립됐다. 이를 실현하는 주요 수단의 하나인 국가 R&D 방식에도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과거 추격형 방식에서 탈피해 선도형 방식 전환이 필요하다고는 하나 지향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수치적으로 대단히 높은 R&D 성공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기술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기술사업화’와 외부와의 협업을 통한 획기적 성과창출을 강조하는 ‘개방형 R&D’ 등이 지난 10여년 이상 반복돼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고객과 시장은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제공받는 가치가 크지 않으면 결코 지갑을 열지 않는다. 또 통계적으로 1만여개의 아이디어 중 1개 정도만 실제 상용화에 성공한다고 한다. 따라서 국민 상상력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 R&D 방식도 창조경제 시대에 부합하도록 새로운 변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단지 무엇을 향해 어떻게 갈 것인지를 빨리 정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90년대 후반 태동한 4세대 R&D, R&D의 최종목표는 사업화임을 강조한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를 지향했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논의된 개방형 혁신인 ‘C&D(Connect & Development)’는 외부와의 협력을 지향했고, 혹자는 이를 5세대 R&D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5세대 R&D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해당하는 4.5세대 R&D 정도로 여겨진다.
5세대 R&D는 ‘새로운 가치창출’을 목표로 ‘융합형 R&D’를 통해 상상력을 사업화로 연계할 수 있는 ‘I&BD(Imagination & Business Development)’를 지향하는 것으로 정의돼야 한다.
5세대 R&D가 정착되기 위해선 국민들이 상상력을 갖고 이것저것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야 한다.
아두이노와 같이 오픈소스 기반의 ICT DIY 플랫폼, 스마트폰으로 3D 이미지를 쉽게 출력할 수 있는 3D프린터, 1인 창업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공공 클라우드 등이 언제 어디서나 활용이 용이하도록 국가 차원의 창조혁신 인프라 조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조성된 인프라를 통해 국민들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도 가능한 제도 지원과 함께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창조경제가 지향하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또 이러한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춰 출연연은 출연연간 협업 연구를 지원하는 융합연구단 사업을 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낮은 자세로 임함은 물론, 필요하다면 교류 근무도 적극 고려해 볼만하다. 대학은 다학제간 융합 학과·전공을 더 많이 신설하고 학점 인정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많은 SW 융합형 인력양성을 배출해야 한다. 기업도 사회적 동반성장 활동 차원에서 기업간 융합 R&D 활동을 장려하고 적극 동참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의 각종 ICT R&D 및 지원 정책이 이에 맞게 조정돼야 하고, 무대를 만들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는 것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할 것이라 확신한다.
김영명 미래창조과학부 창조융합CP(IITP 기술기획그룹장) ymkim001@iit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