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나흘간 ‘홍콩 전자·부품전’이 열렸다. 전시장에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라는 홍보 문구가 내걸렸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제조사들이 몰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와 독일 베를린 ‘IFA’를 아는 사람들은 이 문구를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박람회는 실제로 가장 많은 업체들이 참여해 세계 최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화려함은 덜했지만 제조사들과 바이어들의 만남은 활발했다. 특히 경쟁력 있는 중소 제조사들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회를 주관하는 홍콩무역발전국(HKTDC)과 메세 뮌헨 인터내셔널(MMI)은 최대한 많은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부스 크기를 조절할 정도였다. 그만큼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길 원하고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기에 적절한 장소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중소기업의 성장을 외치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강소기업을 만들고자 하지만 실제 중소기업이 자신의 역량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어렵다. 대기업에 의존적인 환경은 차치하고 해외 바이어들이 매년 활발하게 찾는 전시회는 손에 꼽을 정도다.
홍콩 전자·부품전에 참가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이곳처럼 작은 기어부터 주방 소형가전, 웨어러블 기기까지 중소업체 제품이 주목받는 곳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물론 홍콩 전자전은 올해로 34회를 맞을 만큼 긴 역사와 중국의 강력한 제조 역량 및 수요의 후광을 입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전시회가 활발한 판로 개척의 장이 될 수 있었던 실제 원동력은 중소기업 중심의 인식전환이다. 우리나라도 막연히 중소기업의 성장만 외칠 게 아니라 실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세계적인 무대가 열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홍콩=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