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세무조사와 마시멜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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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조사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세청, 경찰, 검찰 조사다. 그런데 기업인들에게는 이들 셋 중 가장 무서운 것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라고 한다.

지난해, 세수 부족으로 당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실시됐다. 당시 현장 중소기업인들이 느낀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중소기업을 주연으로 만들어주겠다던 정부가 ‘세무조사’라는 칼날을 사정없이 휘두르니 정신없다는 목소리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얼마 전 국세청이 ‘130만 중소기업 세무조사 유예’라는 놀랄 만한 발표를 내놓았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외치며 강도 높은 조사로 기업인들을 떨게 했던 세무당국이 갑작스럽게 방향전환을 한 것이다.

잠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했던 한 실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 앞에 마시멜로를 놓아주고 20분을 참아내면 마시멜로 하나를 더 준다고 제안을 했다. 20분을 참지 못하고 먹는 아이들도 있었고, 참고 기다린 보상으로 두 개의 마시멜로를 받은 아이도 있었다. 10년 후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마시멜로를 참은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던 아이들보다 학업성취도나 대인관계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 실험은 요즘 인생에서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마시멜로 실험이 가지는 의미는 기다림이 보상을 준다는 단순한 결론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목적이 있는’ 기다림과 ‘의미 있는’ 보상이어야 한다. 보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불명확한 희망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복지재원 마련 등 필요한 예산은 늘어나는데 경기침체로 세수 확보는 안 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나라살림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정부는 원칙 없는 국세행정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세수확보라는 당장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를 포기했다. 이번에는 과도한 세무조사로 기업인들의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잠시 물러나서 경제 활성화 분위기 조성을 돕는 방법을 택했다. 만약 이 신호가 잘 받아들여져 경제회복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로 돌아선다면 정부는 미래 세수확보라는 더 많은 마시멜로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경제는 현재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핫라인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 역할이 4분의 1이고 나머지는 시장의 역할이라며, 심리회복 모멘텀 지속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시점에서 기업 수의 99%를 차지하고 일자리의 88%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투자와 고용·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아낌없는 세제 인센티브와 규제완화, 이례적인 세무조사 유예 조치까지 매번 과감한 정책으로 중소기업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 방안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의 답은 중소기업에 달려 있다. 이번 조치는 세무조사의 면제가 아닌 한시적인 유예다. 세무조사 유예를 마치 기업탈세에 대한 면죄부인양 여겨선 안 된다. 탈세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고, 그런 기업은 언제든지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인 스스로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고 성실납세하며 경영활동에 매진하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정부 정책에 맞장구쳐주기 위해 중소기업도 투자와 고용을 늘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때다. 성장을 위해선 변화에 선제적 대응해야 하고, 이에 따른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지금 참은 마시멜로는 반드시 큰 보상으로 돌아온다.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주는 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온 국민이 바라는 경제활성화, 중소기업이 앞장서 이끌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songjh@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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