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의 ‘감청영장 불응’ 선언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위법을 하겠다는 것이냐’와 ‘위법은 아니다’ 등 발언 취지에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초강수 내놓은 이유는
이 대표가 ‘감청영장 불응’이란 초강수를 던진 건 메신저 시장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감청이슈가 불거지자 카카오톡을 떠나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10월 첫 주 카카오톡 사용자수는 2910만명대로 줄었다. 지속적으로 2930만명을 유지하던 9월 둘째 주와 비교, 20만명 이상 줄었다.
반면, 텔레그램 이용은 9월 마지막 주 1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주에도 60만명 넘게 이용자가 늘었다. 한글버전 역시 89만명이 이용했다. 가입자 기반이 최대 자산인 메신저 기업으로서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더 이상 안일하게 대처했다가는 신뢰 상실과 대대적인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깔린 것이다.
감청영장 불응이 곧바로 공무집행방해 등의 위법은 아니란 해석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기중 변호사는 “문제로 불거진 통신제한조치(감청) 영장은 통신사에게 의무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감청할 권한을 준 것”이라며 “통신사나 인터넷기업 협조가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도 “법률전문가 자문을 거친 결과, 감청은 미래 통신(송수신)을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것으로 감청 영장이 인터넷 메신저까지 확대할 수 있는 지는 법률로 정해지지 않아 법리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법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사법당국의 감청청구에 불응이 곧 법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판사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 청구에 불응하면 강제 집행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이 대표의 진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망명 멈출까
이 대표의 감청영장 불응 선언으로 카카오톡 신뢰가 회복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주 카카오가 프라이버시 모드 설치 등 대책을 내놨지만 텔레그램을 향한 사이버 망명 기세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다만, 위법을 감수하더라도 개인정보 보호에 중점을 두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가입자의 마음을 돌릴지가 변수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기록을 특성으로 하는 메신저 서비스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낙인 효과가 발생해 쉽게 일단락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메신저는 웹 기록과 다르게 대체재로 전환할 때 기록 유실 등 비용이 낮기 때문에 네트워크 전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카카오는 무엇보다 신뢰 확보가 우선”이라며 “사태해결을 위해 기업의 기술적 조치와 함께 사회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범위를 제대로 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메신저로 향하는 사이버 망명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텔레그램 가입자가 급증한 것은 카카오톡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초래했다”고 전제했지만 “일련의 사이버 망명은 카카오톡을 탈퇴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이뤄진 것으로 네트워크가 중요한 메신저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메신저 주요 이용자수 (단위 명)
자료 랭키닷컴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