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전자문서 서식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개방형 정책이 추진되면서 기존 오피스 소프트웨어(SW) 시장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민간에서도 특정 SW 종속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와 한글과컴퓨터 한컴오피스 양강 구도에 변화가 올지 귀추가 모아진다.
◇기존 전자문서 서식 탈피, “개방성과 사용자 편의성 높여야”
10년 이상 공공분야 전자문서는 한컴의 hwp 파일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정부 배포 문서는 hwp 파일뿐 아니라 pdf 등 다양한 문서 포맷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정부 산하기관과 교육기관에서 hwp 파일을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해왔다”며 “사용자 PC에 설치된 오피스 프로그램에 따라 문서 서식이 제대로 전환되지 않아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피스용 SW가 다양화되면서 특정 문서 포맷을 고집하는 것이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정부의 전자문서 개방형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W 사용자의 인식이 바뀌면서 특정 SW만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자신이 원하는 문서 양식과 오피스 SW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포용뿐 아니라 실제 문서 편집 단계에서도 다양한 포맷을 지원하는 것이 대세다. 지난 8월말 안전행정부는 민원 신청서와 공무원 응시원서에 기존 hwp 포맷 뿐 아니라 오픈소스SW를 기반으로 한 개방형 문서양식인 ‘odf’ 파일도 함께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odf 파일이 공공 문서 서식으로 포함되면 유료 오피스 SW인 MS 워드나 한컴오피스 등을 구매할 필요 없이 무료 오피스 SW인 ‘오픈오피스’ ‘리브레오피스’ 등을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연간 방문 신청이 가장 많은 전입신고서(490만건), 사회복지 서비스 신청서(240만건), 주민등록증 분실신고서(180만건)부터 odf 파일을 제공하고 앞으로 지원되는 문서 양식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문서 포맷 호환성이 최대 걸림돌
세계 오피스 SW 시장의 최강자는 MS다. 사용자 90% 이상이 MS 워드를 통해 문서 작성과 엑셀, 프레젠테이션 업무를 수행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국산 SW인 한컴이 공공분야와 민간에서 오피스 SW 시장 일부를 견고히 지키고 있다.
MS워드와 한컴오피스 외 오피스 SW의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훈민정음으로 오피스 SW 시장에 뛰어들었고, 다양한 무료 오피스 SW가 존재했다. 그러나 다양한 기능과 문서 호환성, 광범위한 사용자 확보로 시장을 지키고 있던 MS와 한컴에 도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MS와 한컴은 각각 doc·docx와 hwp 문서 규격으로 사용자를 확보했다.
두 인기 오피스 SW는 각각 서로의 문서 포맷에 대해 배타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MS워드에서는 최신버전의 hwp 파일을 읽을 수 없고, 한컴오피스도 docx 등 MS워드 문서를 읽거나 편집할 때 서식이 깨지는 등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는다. 국내 사용자는 공공, 민간에서 활용되는 문서 서식을 완벽하게 사용하려면 MS워드와 한컴오피스를 모두 설치해야 문제없이 업무를 볼 수 있다.
한 SW 개발자는 “MS와 한컴이 각각의 문서 포맷에 대해 폐쇄적 정책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소스코드 등이 공개되기는 했지만 완벽한 호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워드프로세서 외 엑셀(xlsx)과 프레젠테이션 솔루션(ppt) 등도 두 오피스 SW에서 포맷 전환 등 호환성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
◇“개방형 SW 정책 성공하려면 오피스부터”
미래창조과학부가 올 연말 배포하기로 한 ‘개방형 운용체계(OS)’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즉, MS 윈도에 최적화된 MS워드와 한컴오피스를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업계에서 개방형 OS 배포 이후 제대로 활용될 수 있을까 우려하는 이유다. 국내 한 리눅스 커뮤니티 관계자는 “리눅스 등 오픈소스 기반 OS와 관련 SW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hwp 포맷이 개방돼야 한다”며 “한컴에서 소스코드 등 일부 정보를 공개했다고 하지만 완벽한 호환을 위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MS워드와 한컴오피스 모두 개방형 문서서식인 odf 파일을 지원한다. 그러나 포맷 차이로 텍스트 외 수식이나 그래프 등을 완벽하게 읽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 SW 회사로 MS와 한컴이 각자의 포맷을 고집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정부 정책이 개방성에 초점을 맞추고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컴은 최근 “다양한 문서 포맷에 호환되는 솔루션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며 “개방성 확보를 위한 정책 추진으로 기기와 OS에 제한 받지 않는 오피스SW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픈소스 커뮤니티 등 업계에서 요구하는 오피스 포맷 관련 문서 공개를 확대하는 등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