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재난망 ISP, 무엇을 담아야 하나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을 설계할 정보전략계획(ISP) 사업자로 LG CNS·문엔지니어링·리노스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12년간 표류하던 사업이 마침내 첫발을 내디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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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P는 향후 3년간 추진될 재난망 사업의 전체적인 설계도를 그리는 중요한 사업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한 롱텀에벌루션(LTE)을 근간으로 본사업에서 추진해야 할 다양한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시스템과 업무 설계뿐만 아니라 재난망 사업의 가장 큰 이슈인 비용 산출, 기존망과 효율적 연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재난망은 다양한 기관이 연관된 거대 사업이기 때문에 ISP에서 명확한 결과물을 도출하지 않으면 목표 시점인 2017년까지 사업을 완료하기가 어렵다. 2조원대로 예상되는 본사업 예산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재난망 사업을 두고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

◇시스템 설계부터 향후 운영방안까지 마련

현재 소방과 경찰을 비롯한 재난안전 관련 기관에는 극초단파(UHF), 초단파(VHF), 테트라와 아이덴 같은 주파수공용통신(TRS) 등 서로 다른 무선망이 구축돼 운영 중이다. 재난망 구축의 가장 큰 목적은 이처럼 제각각인 무선망을 하나로 통합해 재난 발생 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세월호 참사 때 해경과 소방방재청, 해군, 지자체 간 미흡한 초동대처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도 결국 통일된 무선망 부재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높았다. ISP 사업자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도 재난대응기관 간 의사소통과 대응 절차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이용 대상 기관의 범위를 선정하고 이들의 업무 현황을 조사해야 한다. 무선통신망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요구사항을 수렴하는 것이 ISP의 출발점이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목표시스템과 표준운영절차(SOP)를 도출할 수 있다.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재난망 구축의 장·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이후 통신망 구축을 위한 기본 설계도와 공사 시방서를 작성해야 한다. LG CNS가 컨소시엄에 정보통신 설계·감리 전문업체인 문엔지니어링을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소요 예산 산출과 타당성 검토, 단계별 사업계획 수립, 구축 이후 유지·관리, 운영체계 마련도 ISP 수행사의 역할이다.

김남 충북대 교수는 “재난망은 재난 시에만 쓰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서 쓸 수 있어야 하고 여러 공공기관이 같이 쓰는 통합 공공망”이라며 “향후 여러 기관이 공유해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용 최소화하면서 커버리지 넓히는 방안 도출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재난망 사업의 예산이다.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조사)를 면제했기 때문에 ISP에서 도출될 사업 예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ISP 사업을 통해 사업 단계별 기지국과 단말기 등 장비 소요 물량, 공사비 등 전체적인 소요 예산을 산출할 계획이다.

지난 7월 진행된 재난망 전문가 간담회에서 제시된 구축비용은 통신사별로 1조9000억원에서 5조5000억원까지 다양했다. 미래부는 7월 말 공청회에서 이 결과를 바탕으로 2조원 초반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래부의 결정대로 전국을 자가망으로 커버하려면 2조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단적인 예로 통신사들은 현재와 같이 전국망을 구축하기까지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2조원으로 전국과 지하 구간까지 커버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상용망 활용에 따른 소요 예산 검토가 ISP 과제에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재난망은 구축 방식과 범위에 따라 비용에 커다란 차이가 난다. 현재 통신 3사가 사용하는 상용망을 어느 정도까지 활용하는지에 따라 구축비용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지하 구간은 상용망으로, 산간벽지는 이동형 기지국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상용망 활용에 따른 기술적 문제점 해결, 통신사 협조, 운영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ISP 사업자의 몫이다.

◇기존망과 효과적 연계방안 필요

현재 소방과 경찰, 지방자치단체는 테트라, 해경은 KT파워텔의 아이덴을 사용한다. LTE 기반 재난망을 구축하더라도 기존망은 상당 기간 병행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전국망 구축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LTE 단말에 활용될 기술 국제표준규격이 2016년 상반기에 제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ISP 사업을 통해 기존망과 효과적인 연계, 병행 활용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LG CNS가 테트라 운영사인 리노스에 손을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재난망 구축 이후 오랜 기간 기존망을 걷어내지 않고 백업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8대 재난 관련 기관에서 기존 테트라 단말기 9만대를 쓰고 있기 때문에 LTE 재난망이 완벽히 구축될 때까지 기존망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며 “재난망 구축 이전에 현재의 노후화된 단말과 통신망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망은 구축도 중요하지만 구축 이후의 운영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ISP 과정에서 정부 또는 별도 법인, 민간 등 운영주체 설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운영 기관은 재난망 운영뿐만 아니라 유지보수도 책임져야 한다. 미국은 전담기관인 퍼스트넷(First Net)을 설치하고 재난망을 관리해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다.

SOP 보완도 중요하다. 기관별 평시와 재난 발생 시 상호통신과 방법, 절차를 체계화해두지 않으면 인프라는 무용지물이 된다. 모의훈련 시나리오와 평가 방법 등도 ISP에서 마련해야 할 주요 과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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