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 미디어]연구결과 조작의 끝…제보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제보자’가 개봉 9일 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더욱 관심이 간다. 영화의 줄거리와 스토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황우석 사건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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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 박사(이경영 분)의 연구결과가 국민적 관심사로 주목받는다. 이런 가운데 PD추적 윤민철 PD(박해일 분)에게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제보자는 이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를 했던 심민호 팀장(유연석 분)으로 논문 조작과 실험 과정의 비윤리적 행위를 제보한다.

윤 PD는 심 팀장의 양심선언 후 사건 추적에 나서지만, 여론과 언론으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는다. 진실이 아니지만 대중이 진실로 믿고 싶어하는 것의 힘은 엄청났다. 하지만 진실의 힘 앞에 결국 조작이 무릎을 꿇는다.

줄기세포 조작 논란은 최근 일본에서도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젊은 여성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가 만능세포로 평가받는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STAP)세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쥐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주장한 이 방법은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만능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놀라운 성과에 세계 과학계가 흥분에 휩싸였다. 논문이 재현이 쉽다고 밝힘에 따라 많은 과학자들이 논문의 방법을 따라 실험을 재현했다. 하지만 재현을 시도한 연구자들이 모두 만능세포를 만드는데 실패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황우석 사건과 마찬가지로 논문에 쓰인 사진과 실험결과 조작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논문은 조작임이 드러났고, 네이처는 논문게재를 철회했다. 오보카타의 지도교수이자 논문의 공동저자인 사사이 요시키 이화학연구소 발달생물학센터 부소장이 자살하는 비극까지 일어났다.

두 사건은 모두 연구자의 연구결과 조작으로부터 발생했다. 줄기세포를 연구했던 연구자들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사실 연구자들은 연구결과 조작에 대한 유혹을 한두 번쯤 받을 수 있다. 줄기세포처럼 주목받는 분야의 연구일수록 조작 유혹이 더 강하다. 논문 표절 등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연구윤리 역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조작된 연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져서다. 각 대학이나 연구소들이 연구윤리 강화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결과 조작의 유혹을 느낄 때 한 가지 명심할 사실이 있다. 황우석 사건과 오보카타 사건 그리고 영화 제보자에서처럼 조작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진실이 밝혀진다는 점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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