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 신산업 개척의 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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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열린 대통령 주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신산업 창출 방안’을 발표하고 6개 에너지 신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마이크로 그리드(Microgrid)’다. 지난달에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부 주관으로 ‘에너지 신산업 대토론회’가 열렸고 ‘시장으로, 미래로, 세계로’ 전략이 수립됐다.

최근 대통령 캐나다 방문 땐 한전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캐나다를 방문해 온타리오주 배전회사인 파워스트림과 북미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정부의 ‘시장으로 미래로 세계로’ 전략 후속 조치로 전력 분야 최초로 실제 에너지 신사업 모델을 해외 시장에 수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일정 지역 내에서 풍력,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운영시스템으로 결합한 것이다. 외부 전력망에 연결하거나 독립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소규모 전력망이다.

2011년 말부터 제주 가파도에서 ‘카본 프리 아일랜드’ 구축 사업을 통해 기존 디젤 발전을 태양광·풍력·ESS로 대체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마이크로그리드 원격 감시·제어시스템으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기본 모델을 먼저 실증했다. 이후 2012년 말부터 전남 진도군 가사도에서 운전원 없이 시스템에서 발전량과 부하량을 예측·계산하고 제어 방법이나 순서를 자동 판단해 제어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자체 가동했다. 발전 연료비 50% 절감, 전압과 주파수 유지율 99% 이상을 달성하는 등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울릉도 창조형 융·복합 에너지 타운, 인천 덕적도 에코 아일랜드 조성사업 등을 통해 기술집약형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모델 상업운전 실적을 추가로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2013년부터 전남 신안군은 한전에서 개발한 능동형 배전망 관리시스템(SDMS)을 이용해 선로 전압 자동제어·보상, 조류 계산, 고장구간 판단과 자동복구 등 계통 연계형 마이크로그리드 고급 부가기능을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탑재할 수 있는 미래시장형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모델을 실증 중이다.

북미에 진출한 모델은 국내 실제 선로에서 실증, 상업운전 실적을 확보한 것이다. 북미지역 운영 환경에 맞춰 현지화하고 시스템 보안 강화, 전력거래 시장 연동 기능 추가 등 선진국 적용을 위해 필요한 기능을 보완했다. 빅데이터, 원격자동검침인프라(AMI) 등과 연계하면 더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몇몇 기업이나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개발해 현장 실증도 제대로 못한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 수출이 추진되면서 자칫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력 계통 운영자인 한전이 실제 선로 실증을 통해 대상별로 구분 개발한 다양한 맞춤형 마이크로그리드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관련 중소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공동 사업,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보다 전략적으로 키워야한다. 우선 개발도상국 미전화(未電化) 지역을 대상으로 국제 원조기금을 활용한 전력공급 지원 사업에 참여해 태국, 미얀마, 볼리비아, 투르크메니스탄 등에 기본형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수출해야 한다. 신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다.

다음으로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적용한 기술집약형 마이크로그리드를 표준모델로 아랍 에미리트연합(UAE),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섬이나 내륙 고립지역에 대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프로젝트 참여 확대를 통해 사업실적을 쌓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능동형 배전망관리 시스템을 채택한 미래시장형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바탕으로 캐나다, 핀란드 등 북미·유럽 선진국 기업과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관련 업계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마이크로그리드가 대표 에너지 신산업분야로 세계 시장을 앞장서 개척해 나가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병숙 한국전력 신성장산업동력본부장 kbsook@kep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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