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 자동차 시장의 저력

최근 방한한 독일 보쉬 그룹의 페터 티롤러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회장이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해 확신에 찬 ‘낙관론’을 펼쳤다. 티롤러 회장은 “일부에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위축 혹은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하지만 절대로 믿지 않는다. 중국의 고속 성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는 내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중국에 아태총괄 사무소를 둔 고위 인사가 현지 상황을 냉철히 지켜보고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중국을 향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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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어느 완성차 브랜드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경쟁력을 갖춘 업체다. 지난해 완성차에 공급한 부품 매출 총액은 401억달러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시장 부동의 1위다. 이 업체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보쉬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33억 유로(약 4조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배경이다. 특히 중국에는 애프터마켓용 자동차 부품 생산과 엔지니어링 허브를 만들고 지능형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용 공장 및 테스트 시설도 신설했다.

부품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중국 현지생산 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시장 1위인 폴크스바겐은 내년까지 98억유로를 투자해 7개의 신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 능력을 400만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GM의 증산 계획은 더 공격적이다. 2020년 중국 생산 능력을 8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엔저(低)로 기력을 회복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중국 생산 확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제 현대·기아차도 중국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중국 누적 판매가 900만대를 돌파했지만 연간 195만대(상용차 포함)에 달하는 현지 생산 능력은 한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장기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베이징현대의 4공장 신설 지연이 우려되는 이유다. 12년 전 정몽구 회장이 ‘대륙’ 진출을 선언했을 당시와 같은 과감한 베팅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 시장과 소비자는 머뭇거리는 기업을 인내하고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자동차산업부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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