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망갈리안, 콘텐츠 그리고 사회적 경제

인도 화성탐사선 망갈리안(Mangalyaan)은 지난해 11월 5일, 인도 동부의 스리하리코타 발사기지를 이륙했다. 이후 298일 동안 6억8000만㎞를 날아 지난달 24일 오전 7시 41분 화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소련, 미국, EU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화성궤도에 탐사위성을 보유하게 됐다. 경쟁자 중국과 일본을 제친 것은 물론이고 우주항공기술에서 과거 식민지배자 영국을 놀라게 하는 위업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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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500만명의 영국은 2012년 8월 13일 끝난 하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9개 등 65개의 메달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환호했다. 영국 인구의 20배, 세계인구의 6분의 1이 넘는 인도는 금메달 없는 여섯 개의 메달로 세계 56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에 세계는 의아해했다. 그러나 인도는 의연했으며 런던올림픽이 끝난 이틀 뒤 65주년 독립기념식장에서 세상의 의표를 찌르는 화성탐사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의 식민지배로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하고 13억 국민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인도는 비상한 수단을 강구했다. 망갈리안 프로젝트에 국론을 모았고,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는 애써 외면해야 했다. 인도의 풍부한 수학·IT 인재들은 희생과 봉사로 인도형 우주항공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모형우주선은 하나만 만들었고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단 한 번의 발사로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화성탐사선에 유럽우주기구는 3억5000만달러, 미국은 6억7100만달러를 투입했다. 망갈리안은 유럽의 5분의 1에 불과한 7000만달러를 썼다. 사상 최저 비용과 새 기술로 화성 궤도에 진입했고 인도는 세계우주항공시장의 자부심에 가득 찬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미래 먹거리 걱정도 덜어낸 망갈리안은 인도 정책의 승리이다. 국가적 어젠다 설정과 집중적 재정투입, 고급인력의 양성과 결집, 인도형 SW 개발, 주요부품의 국산화로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IMF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만4328달러, 총GDP는 1조2218억달러며 세계 15위 수준이다. 하지만 지나친 요소투입과 자원의존적인 우리 경제는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교역은 늘지만 서비스 수지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중국제조업의 기술과 능력이 급성장하자 중국특수를 누려온 우리나라 제조업이 차이나 쇼크에 빠져 들었다.

우리 경제가 역풍을 이기고 재도약하려면 국제경쟁력이 처지는 1, 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교육이나 의료서비스 분야는 첨예한 사회적 쟁점이 많고 금융서비스 산업은 자본과 기법이 외국보다 턱 없이 열세여서 빠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댈 수 있는 언덕은 무한 가능성의 한류와 같은 콘텐츠산업이다. 자동차산업이나 IT서비스의 시장규모를 넘어선지 오래된 세계콘텐츠시장에서 우리나라 점유율은 2.7%다.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를 진정한 미래 먹거리로 만들려면 국가핵심전략으로 선언하고 과감한 재정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날 철강, 자동차, 반도체, IT등을 키우기 위해 국가전략산업으로 삼아 재정의 2~7%를 투입했고 기적 같은 성과를 창출했다. 최근 정부는 콘텐츠산업육성 3개년 계획을 세웠으나, 올해 콘텐츠 예산규모는 총재정의 0.14%에 그쳤다. 과거 다른 전략산업에 대한 지원과 비교할 때 많이 낮은 수준이다. 자본금 10억원, 매출 10억원, 종업원 10인 이하인 10만 가까운 콘텐츠 영세기업이 시장에서 겪는 금융애로는 생각보다 크다.

사회적 경제가 우리 경제의 지배적 체제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고위험-고수익의 속성 때문에 전통적 금융시장에서 외면되거나 홀대 받아온 영세 콘텐츠기업이 대안금융을 좇아 지원조건이 수월해진 콘텐츠공제조합을 찾는 빈도가 부쩍 늘고 있다. 공제금융이 애로해소에 많은 보탬이 되지만 문제는 콘텐츠공제조합의 자본금이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다. 대기업들과 공적 기금의 발 빠른 출자출연이 우리 콘텐츠가 망갈리안이 되는 지름길의 하나로 보인다.

김종민 콘텐츠공제조합 이사장 kimzong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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