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확산, 정부 의지 퇴색됐나…내년도 예산 태부족

3D프린팅 붐 확산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내년도 범정부 3D 기반조성 사업 예산(이하 정부안)이 ‘쥐꼬리’ 수준에 그쳤다. 지난 4월 범부처 공동의 3D프린팅 발전전략 발표 후 처음 책정된 예산이지만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1일 정부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년도 3D프린팅 확산 사업 예산은 각각 45억원과 20억원으로 두 부처 합쳐 65억원에 그쳤다. 두 부처 모두 내부 ‘예산지출한도(실링)’에 걸린 가운데 미래부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추가로 큰 폭의 예산 축소 결정을 통보받았다.

산업부는 거점별 3D프린팅 기술기반 제조혁신지원센터 구축에 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지원센터 안에 모델링·프린팅·후처리 등 3D프린팅 공정 전반을 처리할 수 있는 장비를 비치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하지만 확보되는 예산으로는 올해 사업이 시작된 경기도 시흥(20억원)과 나머지 두 곳 센터에만 배정이 가능하다. 센터 한 곳에 설비를 제대로 갖추려면 적게는 60억~70억원(정부 추정), 많게는 100억원(업계 추정) 정도가 소요되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결국 시늉만 내는 꼴이다. 그동안 정부 지원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관련 기업들에 실망감을 안겨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향후 시흥 이외에 5개 권역별로 센터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지만 예산확보가 걸림돌이다.

미래부 예산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때 내부적으로 300억원 책정까지 거론됐지만 자체 예산지출한도에 묶여 88억원으로 축소됐고, 이어 기재부 협의 과정에서 20억원으로 축소됐다. 미래부는 국회 예산처리 과정에서 증액을 기대하지만 이에 실패한다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20억원의 예산은 국민 누구나 3D프린팅을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국민 참여 환경 조성사업’에 활용된다.

미래부는 애초 300억원을 투입해 전국 30곳에 ‘셀프제작소’를 만들고 여기에 기존 무한상상실·대학·연구기관 등을 연계한 7곳의 ‘국민참여네트워크센터’를 둔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3D프린팅 생활밀착형 체험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산업계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매칭펀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예산이 부족해 셀프제작소는 아예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업을 기획했던 미래부 관계자는 “셀프제작소 없는 국민참여네트워크센터는 몸통 없이 머리만 존재하는 꼴”이라며 허탈해했다.

내년도 정부발 3D프린팅 붐 확산을 기대했던 업계는 정부 예산 축소에 낙담하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3D프린팅 수준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밀린다”며 “제대로 3D프린팅을 육성하려면 지금보다 예산 규모가 수십 배는 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장기 국가 3D프린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3D프린팅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은 예정대로 책정됐다. 산업부의 3D프린팅 장비 및 이와 연계된 소재 개발 R&D 예산은 10억원이 확보됐다. 미래부도 3D프린팅 의료부문 SW와 3D프린팅을 모바일과 연계하는 SW 개발 예산으로 100억원이 마련됐다.

앞서 정부는 4월과 6월 범부처 합동의 발전전략과 추진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3D프린팅이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제조공정 고도화 등 제조업 혁신을 유도하고, 창조경제 신시장 및 일자리를 창출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취지에서다. 연초 박근혜 대통령은 3D 프린터 등 신기술로 창조경제의 결실을 거두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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