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 위한 다자간 협정 마련

기업 세금포탈 막고 앱 콘텐츠 소비에도 세금부과

국제사회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공조에 나섰다. 페이퍼컴퍼니 또는 조세회피지역을 통한 기업들의 세금 포탈을 막고, 앱 콘텐츠 소비에도 세금을 부과하자는 게 골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일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 회피를 막고 정당한 세금을 걷을 수 있는 다자간 협정 초안을 공개했다. 협정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6년에는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BEPS)으로 불리는 과세 회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OECD에 의하면 역내 34개국, 중국과 러시아 등 역외 10개국이 규제 초안에 동의했다.

이번에 마련된 규제안은 다국적 기업이 자회사 간 국경을 넘는 거래를 세무 당국에 매년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기업이 원자재와 지식 재산을 얼마에 판매했고 어떻게 가격을 결정했는지 보고해야 한다. 또 모회사와 자회사가 있는 국가에 각각 세무 신고 시 보고서도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이전 가격 설정(transfer pricing:기업 내 거래에 적용되는 가격을 절세에 도움이 되도록 임의 조정하는 회계법) 규제 필요성도 언급했다.

OECD의 이번 규칙 마련은 해외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조세회피처로 소득을 이전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 각지에 거점을 둔 다국적 기업들은 아일랜드 등 법인 세율이 낮은 국가로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이익을 모아 납세액을 최대한 적게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 애플 등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문제가 늘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는 영국 자회사의 이익을 스위스 등으로 옮겨 과세를 회피한 것이 지난 2012년 문제로 불거진 바 있다.

해외 인터넷 거래 과세도 추진된다. 지금까지는 해외에 본사를 가진 기업이 인터넷으로 특정 국가에 판매하는 전자책이나 음악, 애플리케이션 등은 세금 징수가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OECD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통한 원천징수를 유력한 과세 방안으로 추진한다. 애플 앱스토어 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구매하면 사업자 계정에서 세금을 원천적으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거래 과세 방안이 실현된다면 앱스토어 등 인터넷 거래 확대로 늘어난 국가들의 과세 고민을 해결해 줄 전망이다. 특히 애플, 구글과 토종 기업 간 역차별 논란도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규칙은 오는 20, 21일 이틀간 호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보고될 방침이다. 해당 내용의 채택 여부는 각 회원국의 결정에 달려 있지만 일본 등 국가는 이르면 내년부터 일부 항목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당수 다국적 기업은 보고 의무화가 조세 포탈을 막는 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던지며 반발하고 있다. 효과는 없이 기업의 업무 부담만 과도하게 늘릴 것이란 주장이다. 일부 대기업 상사 등은 관련 회사 데이터가 방대해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상 기업을 나누는 기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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