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는 화웨이 ‘아너6’를 필두로 샤오미 등 단통법 특수를 노린 중국 스마트폰의 국내 공급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고가 스마트폰과 대규모 보조금이 제품 선택의 기준이었던 관행이 사라지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중저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뜰폰 시장에서는 중저가 중국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력 제품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전망이다. 반면에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단기간 내 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낙관적인 전망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중국 스마트폰 새 기회 잡나
중국산 스마트폰의 강점은 가격이다. 가령 출고가 100만원짜리 국내 제조사의 프리미엄 폰에 단통법 보조금 최고 상한선인 35만원이 지급되더라도 고객은 60만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에 ‘아너6’의 가격은 보조금이 없다고 하더라도 40만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품질과 성능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인터넷 등 기본적 기능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저렴한 스마트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단통법 시행으로 중고폰이나 자급제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중국 스마트폰의 국내 성공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보조금 제한으로 소비자가 스마트폰 구매에 부담을 느끼면서 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단통법 하에서는 약정이 끝난 중고폰이나 이통사에서 구매하지 않은 자급제폰도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고폰보다는 성능 좋은 중국 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일부 국내 유통업체가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 1위에 올라선 샤오미 제품에 대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마니아 위주로 구매가 이뤄져 아직 판매량은 미미하지만 업계는 단통법이 자급제폰 시장 흐름도 바꿔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공과 실패 속단 아직은 이르다
중국 스마트폰이 국내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ZTE가 20만원대 ‘미폰’ 등 스마트폰 2종을 자급제와 알뜰폰 업체를 통해 국내에 출시했다. 하지만 ZTE 폰은 고객 외면을 받으면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메이드인 차이나=저품질’이라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피처폰 시절부터 성능 좋은 다양한 중국 제품을 유통해봤지만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시장에서 사라져갔다”며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지만 화웨이 아너6 역시 기존 제품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통 3사가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라 알뜰폰 자회사를 통한 유통이라면 한계는 더 크다는 설명이다. 알뜰폰 사업자의 유통망은 이통사 대비 제한적이다. 이 관계자는 단통법으로 투명한 유통 시장이 열리더라도 법의 눈을 피한 보조금 살포가 사라지기 어렵다며 중국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의 흐름만 놓고 보면 중국 제품이 국내에서 성공하기가 어려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품 성능이 상당히 높아졌고 가격대도 낮게 형성될 전망이어서 성공과 실패를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