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띵’ ‘대도서관’ ‘대정령’
요즘 젊은이라면 거의 다 아는 유명 1인 방송 제작자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직접 제작한 영상으로 한 달 수천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몇몇 1인 제작자가 유명세와 고수입을 얻으면서 이들의 뒤를 좇는 많은 창작자도 등장한다. 콘텐츠 장르도 게임에서 먹방, 공방(공부 방송), 스포츠 중계, 뷰티 방송으로 확장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실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1인 제작자 등장은 꽤 오래된 얘기다. 최근 들어 새삼 이들의 활동이 주목받는 건 몇몇 끼 있는 사람의 취미가 산업으로 발돋움하기 때문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역량 있는 1인 제작자를 키우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국내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해외에서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Multichannel Networks)’가 이미 산업으로 성장했다.
◇유튜브가 기반…모바일 시대 맞아 경쟁력 제고
MCN은 재능 있는 1인 제작자의 방송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연예기획사가 아이돌을 키우고 활동을 돕듯이 MCN도 1인 제작자 발굴과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1인 제작자에게 방송장비와 스튜디오 등을 제공하고 콘텐츠 유통과 광고 유치, 저작권 관리와 외부 협업 등 전 방위 활동을 지원한다.
MCN이 산업으로 성장한 기반은 유튜브다. 동영상 중심의 글로벌 서비스 탄생이 새로운 산업의 토양이 됐다. 전 세계 10억명이 유튜브 시청자다. 이들이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재생하는 시간은 월 60억시간에 이른다.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1인 제작자도 얼마든지 글로벌을 상대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광고 수입이란 충분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MCN은 1인 제작자의 광고 수입 극대화를 돕는다.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에 콘텐츠를 올리고 이곳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입을 1인 제작자와 나눈다. 광고 수입은 동영상 재생 수와 비례한다. 미국의 유명 MCN ‘베보(Vevo)’의 콘텐츠 누적조회 수는 1301억회에 이른다. 광고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매출을 얻을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비단 광고만이 아니다. 지상파방송에 등장하는 간접광고(PPL) 역시 인기 1인 제작자 콘텐츠에 등장한다.
1인 제작자 콘텐츠가 더욱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모바일이 콘텐츠 소비의 중심으로 부상한 덕분이다. 이동하면서, 휴식 중에 모바일로 동영상을 보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 사용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원하지만 방송사 등 기존 제작사만으론 충분한 양을 공급할 수 없다.
긴 재생시간과 콘텐츠 배포주기도 단점이다. 1인 제작자는 자투리 시간 부담 없이 하나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짧은 동영상을 생산한다. 분량이 짧은 만큼 더 빠른 주기로 더 많은 영상을 배포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통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인터넷 문화에 통달한 1인 제작자가 강점이 있다.
◇해외기업들 MCN 인수합병·투자 ‘봇물’
MCN이 ‘핫’한 산업임을 증명하는 것은 투자유치와 인수합병(M&A) 사례다. 대형 투자유치와 M&A 소식이 줄을 잇는다. 최근 업계를 놀라게 한 소식은 전통의 콘텐츠 강자 디즈니의 메이커스튜디오 인수다.
메이커스튜디오는 인기 1인 제작자 몇명이 뭉쳐 만든 MCN이다. 창업자 셰이 칼 버클러는 소소한 일상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업로드하던 1인 제작자였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그는 자신과 비슷한 활동을 하는 유튜브 기반 개인 제작자 4명을 모아 메이커스튜디오를 열었다. 회사는 다수 개인 제작자에게 콘텐츠를 만드는 노하우는 물론이고 채널 홍보와 광고영업을 대행했고 200개 채널을 만들어 총 4억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다. 유튜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얻은 메이커스튜디오를 디즈니가 인수하는 데는 1조원이란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했다. 또 다른 콘텐츠 강자 드림웍스도 어섬니스TV를 2012년 인수했다. 어섬니스TV는 미국의 유명 영화·드라마 제작자 브라이언 로빈스가 설립한 MCN이다.
MCN에 대한 관심은 디즈니와 드림웍스만이 아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생존 고민에 빠진 타임워너, RTL그룹, 컴캐스트 등 전통 미디어기업이 MCN에 적극 투자하며 미래 활로를 찾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MCN의 투자유치 규모도 치솟는다. 머시니아가 6760만달러(약 695억원), 앨로이디지털이 3000만달러(약 304억원), 스카이홀이 1690만달러(약 174억원), 베이스79이 1430만달러(약 147억원)를 투자 받았다.
◇국내 경쟁도 시작…CJ E&M 등 진출
국내에서도 1인 제작자 가능성은 확인됐다. 이들을 엮어 산업으로 키우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다수 기업이 MCN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표 기업은 CJ E&M과 아프리카TV, 판도라TV다.
가장 먼저 국내에서 MCN 사업을 시작한 기업은 CJ E&M이다. CJ E&M이 가진 기존 미디어와의 시너지 효과로 1인 제작자 활동을 지원한다. 개인 제작자가 TV 방송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이고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드라마·예능 등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든다. 사업 진출 1년을 넘긴 CJ E&M은 시장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크리에이터그룹’이란 이름으로 MCN 사업을 운영하는 CJ E&M은 현재 유튜브 채널은 110개, 구독자는 1032만명에 이른다. 사업 시작과 함께 ‘양띵’과 ‘대도서관’ 등 유명 제작자를 영입한 것이 주효했다. 게임을 넘어 뷰티와 다이어트 등에서 유명 1인 제작자가 탄생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대도서관은 크리에이터그룹 활동으로 월 3000만여원의 소득을 올린다.
국내 대표 방송 플랫폼을 가진 아프리카TV도 MCN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1인 제작자가 가장 많이 활동하는 플랫폼인 만큼 MCN 시장에서도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가졌다는 평가다. 경쟁사인 CJ E&M에 유명 제작자를 뺏긴 아프리카TV는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1인 제작자 참여를 유도한다. 1인 제작자는 실시간 방송으로 ‘별풍선’을 얻어 매출을 올린다. 여기에 라이브 영상을 다시 유튜브 채널에 올려 별도 광고 수익을 올린다. 1인 제작자 매출 극대화란 측면에서 매력 있다. 아프리카TV는 기존 플랫폼을 이용해 1인 제작자 홍보도 적극 돕는다.
판도라TV도 MCN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 자체 플랫폼 외에 네이버 등 유력 포털 연계로 제작자가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기존 업체 대비 낮은 수수료 정책을 도입해 유력 1인 제작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해외 MCN 현황 / 출처:엔더스 애날리시스>
<해외 주요 MCN 투자유치 및 인수 현황 (단위:만달러) 자료:크런치베이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