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대기업이 아닌 1955년 첫 문을 연 중소기업 이야기다. 단순히 명맥만 이어온 게 아니라 차단기, 계전기(IED) 등 중전기기 분야에서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89년에 자체 연구소를 갖추고 기술개발에 매진한 덕분이다. 이뿐 아니라 우주 항공과 플라즈마와 같은 특수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중소기업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인공은 ‘비츠로테크(대표 유병언)’다.
비츠로테크는 전력기기 업계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츠로테크의 성장 비결은 국산화다. 주요 제품인 진공차단기(VCB)는 국내 최초로 진공 인터럽터를 생산하며 축적한 진공 응용 기술을 녹여냈다. 핵심인 차단 시간이 짧고 보수가 필요없는 게 특징이다.
디지털변전소 핵심인 지능형 전자장치(IED)는 독보적이다. 2008년부터 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0여곳이 넘는 디지털변전소에 IED를 납품했다. 비상발전기를 상용 발전기로 둔갑시키는 자동절체스위치(ATS)는 10여년 전부터 미국 발전기 제조업체인 제너락에 수출할 정도로 성능을 입증받았다. 이 외에 특허만 50여건이 넘고 ISO인증과 UL인증, 실용신안 획득 등은 일일이 세기도 어렵다.
2009년부터는 제품 성능과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VIDER’라는 브랜드를 도입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이나 가격 경쟁에 치중한 생산방식을 선호하는 것과 괘를 달리 한다. 앞으로는 ICT를 접목해 사고나 이상 전류에 즉각 반응하고 조치하는 개폐기나 차단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매출 성장을 일궈냈다. 2010년 782억원, 2011년 847억원, 2012년 853억원, 2013년 980억원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목표도 1800억원으로 두 배가량 높여 잡았다. 선언적인 목표가 아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원동력은 수출이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 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27%를 차지할만큼 외형 성장을 이룩했다. 3년간 성장률도 평균 38.3%에 달했다. 올해 해외 매출 목표는 약 650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글로벌 사업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는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지역을 직접 공략했다. 캐나다 벤쿠버에 설립한 IPT(Investment Powersystem Technology) 생산 공장을 가동한 것이다. 그간 제품을 단순 수출해왔지만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IPT는 비츠로테크가 세계적인 배전반 업체인 IEM과 5대 5로 투자해 세웠다. 생산 제품은 우선 미국 송전선로에 쓰이는 38㎸ 차단기다. 미국의 경우 송전선로가 대부분 노후해 교체 수요가 높다는 판단에 따랐다. 차단기는 배전반 내부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이상 전류가 발생할 때 자동으로 전류를 차단한다. 특히 38㎸는 고압 송전용으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분야다. 차단기 개발은 비츠로테크가 맡고 생산은 IPT 담당이다. 비츠로테크와 IEM은 38㎸ 차단기를 IEM의 배전반 내부에 장착, 미국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IEM은 ABB나 지멘스 등 글로벌 업체 제품을 비싼 값에 쓰지 않아도 되고 비츠로테크는 우회 수출로 북미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비츠로테크는 IPT에서만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병언 비츠로테크 대표는 “어려워진 시장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 뿐”이라며 “전문 인력 양성과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 매뉴얼 표준화 등 내부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