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정책 혼선으로 우리나라 창업의 주요 인프라인 대학 창업보육센터가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대학 역시 학생 창업을 위한 전문가 확보, 일원화된 지원·교육체계를 갖추지 못해 대학 창업보육센터의 부실운영을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3월 정부는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을 아우르는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때 창업보육센터를 대학시설로 인정하고, 창업보육센터의 재산세를 100% 감면한다는 방침을 정부 차원에서 명확하게 정리했다.
정부 방침과 달리 재산세 부과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연세대학 등 대학창업보육센터가 제기한 소송이 잇따라 패소했고, 재산세 통지서를 받아든 대학 창업보육센터도 늘어나고 있다. 창업보육센터 재산세 면세 조항을 두고 별도 입법화를 요구하는 안전행정부와 유권 해석만으로 가능하다는 교육부 입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조세 법률주의에 의거해 창업보육센터가 대학고유시설이 아니고, 소유와 운영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창업보육센터는 재단 소유지만, 운영은 창업보육센터가 맡는다. 안행부는 대학 창업보육센터가 학생 및 교직원의 직접 교육 및 연구시설로 활용되지 않고 기업 대상 임대사업이라고 바라봤다. 따라서 현행법으로는 교육 목적에 한해서만 가능한 취득세 및 재산세 면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산학협력단 소속의 창업보육센터는 본래 대학의 하부조직으로 대학의 교육 및 보육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따라서 교육부는 별도 법 개정 없이도 교육부와 중소기업청의 유권 해석만으로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미 창업보육센터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산학협력단 업무로 명시돼 있다.
결국 대학 창업보육센터는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5년 치가 소급된 억대의 재산세 통지서를 받았다.
이마저도 지자체별로 법해석이나 행정 처리가 달라 이미 재산세 통지서를 받은 대학이 있는가 하면, 같은 지역인데도 받지 않은 대학도 있는 실정이다.
대학 창업보육센터 측은 일단 부과된 재산세는 모두 납부하며 개별적으로 소송이나 향후 재산세 면세 관련 입법 이후 환급을 기대했다.
담당부처인 중소기업청은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 중기청은 안행부와 교육부 양쪽을 오가며 눈치만 보고 있다.
중기청 창업진흥과 관계자는 “지자체 의견을 반영해 재산세 부과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안행부와 창업보육센터처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행령을 고쳐 교육시설을 명기해야 하냐고 반발하는 교육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며 “중기청이 별도 소관법을 가지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 부처를 계속해서 설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이나 중기청도 시설 등 인프라 투자 외에 학생 창업 교육이나 지원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창업교육과 실제 학생 창업지원제도가 하나로 이어지지 못하고, 학생 창업이 외부 입주 기업에 비교해 우대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1990년대 말부터 대학 고유의 업무 중 하나였던 창업보육센터 운영이 산촉법을 개정하면서 소유와 운영을 대학에서 산학협력단 아래로 옮긴 것”이라며 “대학 산학협력과 창업보육센터의 설립 배경을 이해해야 현재의 정책 혼선이 명확해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주요한 창업인프라인 대학 창업보육센터를 단순 임대업자로 평가받게 만든 것은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체계적인 지원을 하지 못한 대학의 역할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별 창업보육센터 견해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