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제재 건이 경징계로 마무리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제재 시스템의 종합적 점검이, KB에서는 내부 갈등을 봉합할 점검과 새로운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서는 최근 KB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금융사에 대한 임직원 제재 방식과 절차를 개선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위반행위에 대한 검사 역할과 제재 판단에 자의적 해석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제재 심의 과정에서 금융위나 감사원 등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 등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우선 필요하다.
금감원은 감사 결과를 기반으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 행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했지만 두 달이 지나는 동안 소명을 듣고 제재심의위원과의 의견 조율에만 시간을 보냈다. 충분한 소명기회 제공은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로비와 다른 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감원도 초기 중징계 통보가 합리적 근거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금융당국의 권위와 연관한 기관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는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금감원 법률자문관과 금융위 담당 국장, 변호사 등 민간위원 6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큰 이견이 없었지만 이번 KB건을 두고는 의원 간 시각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의위는 금융감독원장의 제재사안을 심의하는 자문기구 성격이어서 법적 지위도 모호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제재를 보면 정권이나 금감원의 의지에 의해 제재 수위가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며 “제재심의위가 아니라 감독기구로부터 독립된 금융제재위원회를 만들어 법률적 역할을 부여하는 안을 타진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KB건으로 금이 간 금융당국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장이 징계 대상에 오르면서 인사나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었던 KB도 이제는 내부 안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회장과 행장이 경징계에 그친 것에 만족만 해서는 한 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노조는 회장과 행장이 모두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내부에서는 회장과 행장 편으로 조직원이 갈리면서 내부 의사소통에도 생채기가 났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징계 결정 직후 KB 수뇌부가 동반 ‘템플 스테이’에 나서는 등 갈등 봉합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동안 회장과 행장이 날 선 대립각을 세웠던 만큼 의사결정 시스템이 단번에 개선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우선 그동안 과정에 대한 정확한 내부 복기가 필요하다. 이를 근거로 인사와 사업계획, 주전산장비 교체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새 비전 공유가 중요하다.
은행권 한 고위 관계자는 “KB의 금융당국 제재는 일단락됐지만 향후 KB가 극복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며 “지주회사-은행 간 내부 시스템 점검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 그룹의 조언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효정기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