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은 법정관리로 수년 내 경영정상화를 할 수 있는 희망의 끈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인수합병(M&A)으로 든든한 기업주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는 언제든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 영업정지가 결정타가 됐지만 팬택의 위기는 이미 2~3년 전부터 시작됐다. 자금력 부족과 브랜드 강화를 이유로 프리미엄폰 전략을 고수하면서 수익성이 계속 떨어졌다. 과감히 전략을 선회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앞을 내다보고 냉정하게 판단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자만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팬택은 경영정상화 이후 ‘실속’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할 방침이다. 샤오미가 시장을 세분화하고 소비자 요구 파악에 집중해 그에 맞는 ‘실속형 중저가폰’으로 시장을 공략한 것과 마찬가지다.
팬택 관계자는 “필요한 기능만을 담고 제품에 가격을 맞추는 게 아니라 가격에 제품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저가폰에서는 중국 제품보다 품질과 기술력이 높기 때문에 가격만 낮추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속 있는 중저가 제품에 주력하기에 앞서 팬택이 해결해아 할 과제는 해외시장 공략이다. 내수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판매가 늘면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이동통신사가 구매를 줄여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한 때 국내에서 팬택에 뒤졌지만 해외 판매로 이를 극복한 LG전자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내수시장은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하기는 어렵다. 중저가폰으로도 큰 재미를 보기 힘든 시장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고객을 다변화하고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저가폰으로 시장을 공략할 때는 충분한 출하량과 선진화된 원가구조가 뒷받침돼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현재 팬택은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 중심으로 고객을 확대한 후에 중저가폰을 내놓는 게 순서”라고 충고했다.
해외 시장 개척과 실속형 제품 외에 신규 사업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과 같이 팬택의 무선통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신사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IoT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팬택 관계자는 “앞으로 제출할 회생계회안에는 앞서 워크아웃 방안과 달리 국내와 해외 영업, IoT 등 신규 사업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신규 사업은 경영정상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