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비스 규제를 둘러싸고 여성가족부가 청와대나 문화체육관광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규제 철폐라는 업계 요구에 귀를 막고 규제 강화만을 외치는 여가부 행보에 업계 혼란이 가중된다.
여가부는 인터넷 청소년유해물, 일명 성인 콘텐츠에 접근할 때마다 매일 최소 1회 별도 성인인증 시행을 인터넷 업계에 강요하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음원 서비스를 중심으로 별도 성인인증이 적용된다. 반면에 문화부는 지난 6월 ‘콘텐츠 분야 규제 개혁과 등록규제 감축 추진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추진 내용에는 ‘음악영상물에 대한 심의제도 개선’, ‘웹툰 자율규제 체계화’ 및 ‘공공저작물 자유이용 활성화’ 등의 규제 개선안이 포함됐다.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국내 콘텐츠 기업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여가부 성인인증 강화로 빛이 바랬다.
문화부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지만 산업을 위축시키는 규제에는 반대한다”며 “여가부가 요구하는 매일 별도 성인인증은 분명히 과도한 것으로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가 해외 서비스로 이동하는 결과적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업계 우려에 동의한다”며 “업계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여가부와 꾸준히 대화해왔지만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가부 움직임은 청와대 뜻과도 반대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규제철폐를 지시했지만 여가부는 모르쇠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열린 제3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서 “청소년유해물을 보기 위해 매번 인증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제도”라며 “개선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여가부가 독불장군 식 목소리를 내면서 규제 강행 전 업계는 물론이고 유관 부처와 충분한 협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이슈로 접근하는 여가부가 정책을 만들기 전에 산업 진흥 관점을 가진 유관 부서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힘을 얻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와 산업의 균형을 위해선 여가부가 미래부와 문화부 등 평소 인터넷 산업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유관 부처와 논의해야 한다”며 “규제를 만들고 강제하기 전에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처 간, 또 청와대와 의견이 갈리면서 업계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정부 측에서 일관된 목소리가 나와야 업계가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제도를 만들고 시행함에 있어 업계와 유관 부처와 충분히 의견 교환했다”며 “앞으로도 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유관 부처와 열린 자세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