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신화학자인 조셉 캠벨의 영향을 받은 조지 루카스 감독은 신화가 없는 미국을 위해 미국판 신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의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 프로젝트는 스타워즈라는 이름으로 미국인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됐다.
그 중에서도 빛의 기사인 제다이에서 어둠 속으로 타락한 다스베이더는 미국의 영화 캐릭터 관련 투표에서 매년 최고의 악당으로 손꼽힌다.
“I’m your father.”
절대악 다스베이더가 내뱉은 역사상 가장 간결하고 강렬한 이 한마디는 스타워즈가 신화적으로 영웅이 갈등하고 실패하며 절대악이지만 아버지여서 윤리적으로 죽일 수 없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스타워즈 에피스드6에서 황제와 다스베이더는 죽음의 별을 다시 가동하려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죽음의 별을 위성으로 삼고 있는 행성 꼬꼬마 원주민이 반란군에 가담해 황제와 다스베이더에게 격렬한 저항을 펼친다. 혼란 와중에 자신의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를 죽이려는 황제를 보다 못해 다스베이더는 자신의 주인을 배신한다. 황제를 시해한 다스베이더는 회복할 수 없는 황제의 공격에 상처를 입고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의 품에서 어둠을 버리고 빛의 편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는다.
스타워즈의 갈등과 모순, 장대한 서사는 영미권에선 특이한 신드롬을 일으킨다. 2001년부터 영미권 인구 조사에서 자신의 종교가 제다이라고 답한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하기도 했다. 2001년 호주 인구 조사에선 7만 명이 자신의 종료가 제다이라고 주장했고 캐나다에서도 2만 명이 같은 답을 했다.
제다이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영연방 국가인 뉴질랜드다. 전체 인구 중 1.3%에 해당하는 5만 3,000명이 제다이를 믿는다고 응답했다. 불교와 힌두교를 제치고 기독교에 이어 2대 종파로 기록된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2001년 인구 조사에서는 39만 명이 제다이라고 응답해 유대교를 제치고 4번째로 가장 큰 종교로 기록됐다. 재미있는 통계적 특징은 이 제다이 교도 중에는 학생이 여러 지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남학생으로 추정된다. 물론 영국 통계청은 이를 정식 종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다보면 처음에는 정상적인 마켓, 그러니까 구글플레이 같은 곳에서 게임을 내려 받아 즐긴다. 이는 마치 스타워즈로 따지면 빛의 기사인 제다이처럼 마켓이라는 정상적으로 인정된 다운로드와 구매 경로를 이용하는 것과 같다.
물론 다스베이더가 제다이에서 어둠의 편으로 돌아선 것처럼 정식 마켓에서도 평소에는 정상 작동하다가 특정 상황이 되면 가면을 벗고 악성 앱으로 돌변하는 앱도 있다. 물론 이 경우라면 오래지 않아 마켓 내 보안 레이더에 걸려 삭제되지만….
무료로 게임이나 앱을 쓰겠다는 그릇된 욕망이 앞서다보면 인증 받지 않은 다운로드 옵션을 해제하고 어둠의 마켓이나 불법 다운로드를 선택하기도 한다. 당장 떨어질 이득은 게임에서 인앱 결제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숨겨진 대가는 무시무시하다.
은행 앱을 해킹하는 악성 코드
각종 스마트폰 내 정보를 도청하는 악성 코드
디도스(DDoS)와 같은 좀비 기능이 내장된 악성 코드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겐 익숙한 아이콘이 익숙한 앱처럼 정상적인 카카오 게임으로 보이겠지만 안에는 리패키징이라는 과정을 거쳐 비정상적인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을 수 있어 위험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제목처럼 이른바 ‘보이지 않는 위험’인 것이다. 이제 다스베이더가 어둠에서 결국 빛의 기사인 제다이로 돌아왔듯 안드로이드 유저도 보안을 생각한다면 정상적인 마켓에서 다운로드를 해야 할 것이다. “Force to be with you.”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김호광 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