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국내 설비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장비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는 규모가 큰 장비 업체들로 수주가 집중되는데다 그나마 설비 투자가 이어졌던 중국 시장도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신규 업체들은 발을 디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를 포함해 부품 업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으나 그 여파가 그대로 장비 업계에 전해지고 있다. 발주가 줄어들자 규모가 크고 고객사를 다변화한 기업은 어려움이 덜한 반면에 그렇지 않은 기업은 갈수록 성장이 힘든 구조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를 공급해 온 A사는 최근 직접 납품하기 보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를 통해 거래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1차 협력 업체인 세메스를 거치게 되면 중간에서 마진을 뺏기기 때문에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A사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10% 정도는 가격이 빠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며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세메스나 원익IPS처럼 1차 협력사를 통해 장비를 공급하게 되는 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 희망을 걸고 있으나, 일찌감치 진출했던 기업에 이미 시장을 선점당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가격보다는 성능과 레퍼런스를 위주로 채택하는 경향이 크다. 게다가 선수금 제도가 없어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으면 장비 제작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일본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결국 규모가 큰 기업이 중국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크다는 뜻이다.

중국에 장비를 수출하고 있는 B사 사장은 “중국 고객사는 대규모 일본 장비 업체 CEO는 만나도 한국 중소기업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며 “마케팅에서부터 밀리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고 했던 중소 장비 기업도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 정체로 인해 그동안 R&D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국내 장비 업체들은 인수합병(M&A)이나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서둘러 자생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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