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군 내부 인권사고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늘 발생하지만 그 때마다 은폐되고 조작돼 외부로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고 군이 인권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운영은 허술했던 것이 윤 일병 사망사고로 비로소 드러났다.
시스템 자체가 폐쇄망에서만 운영된다. 인권 침해나 폭행을 당해도 드러나지 않았다. 피해 당사자나 동료가 신고를 해도 부대 내부에서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어 상급 부대 허위보고도 가능하다. 더욱이 윤 일병 사건과 같이 집단 폭행이 일어날 경우 가해자들이 짜고 신고를 막거나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대에서 폭행을 당한다는 사실을 가족이 알아도 마땅히 신고할 곳이 없고, 보복 우려까지 있어 쉽게 알리지도 못했다.
정부와 군은 인권침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군 별로 인권시스템을 개별 운영하는 탓에 정확한 데이터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별도로 구축해 중복 개발로 인한 비용 낭비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었다. 정작 개선하려는 의지는 빈약했다. 올해 초에 기존 문제점을 개선한 통합 국방인권시스템 구축한 계획을 세웠지만 논의만 무성한 채 뒷전에 밀려났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젊은 청년들을 무자비한 폭력 앞에 내팽겨친 셈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자 통합인권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늦게라도 개선하기로 해 다행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다.
통합인권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문제를 다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만 있었어도 엉뚱한 희생자들을 구할 수 있었다. 결국 인권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문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도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은폐된 인권 침해를 찾아낼 수 없다. 구타 정도야 사소한 것이라는 후진적 인권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인권시스템과 함께 인식도 확 뜯어고쳐야 한다. 또다른 윤 일병을 만들지 않을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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