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의 산업에세이]영화 `명량`이 기업에 주는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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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명량’이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660만명을 넘기며 최단 기간 600만명을 돌파했다. 충무로에서는 하늘이 내리는 선물이라는 ‘1000만 관객’ 탄생을 점치고 있다. 이순신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늘 꼽히지만 최근의 열풍은 신드롬에 가깝다.

사실 영화 명량은 결과를 뻔히 알기에 이렇다 할 스토리는 없다. 줄거리의 절반이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해상전투 신이어서 내적 완성도 역시 떨어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명량에 열광할까. 그것은 선 굵은 지도자에 대한 열망의 표출에 다름 아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기 위한 리더의 희생에 청중이 박수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영화 ‘명량’과 현재의 위기상황인 ‘삼성’이 묘하게 닮아 있다면 역설일까. 지금 삼성은 그룹계열사 간 사업재편이 한창이다. 전망 없는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영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구슬땀이다. 그 중심에는 3세 승계구도라는 태풍의 눈이 들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영권 승계 이후의 삼성전자를 더 걱정한다. 이유는 이렇다. 삼성전자는 오래전부터 이건희 회장의 공백, 스마트폰 이후를 고민해왔다. 중국이 추격해 올 것이란 대비도 해왔고 지금도 준비 중이다. 그런데 2~3년 뒤를 대비한 기술과 제품의 지속적인 혁신이 안 보인다.

애플을 바짝 뒤쫓고 있지만 마케팅 덕택일 뿐 콘텐츠와 UI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다. MS는 노키아 인수로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동지에서 경쟁자로 명함을 바꿨다. 오월동주 구글 역시 모바일OS를 놓고 파열음이다. 샤오미는 가격을 넘어 혁신으로 삼성전자를 ‘쫓기는 1등’으로 만들고 있다.

삼성의 핵심역량은 제조경쟁력이다. 하지만 포스트 뉴노멀시대 하드웨어만으로는 1등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이제 하드웨어는 소비자가 느끼지 못할 만큼 거의 차이가 없다. 소비자들도 제품선택의 기준으로 ‘싸고 편리함’을 추구한다. IT 제품이 시장에서 1등을 유지하는 기간은 평균 3년 정도다. 삼성 휴대폰이 노키아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지 3년째다. 14년간 글로벌 휴대폰 시장 1위를 지킨 노키아나 워크맨 신화 소니 몰락의 원인은 성공의 자만심과 지속적인 혁신의 부재다. 변화에 둔감한 채 오만불손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기업은 스스로를 부정해야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 자신에게 아픈 비판을 수용할 수 있어야 미래도 볼 수 있다. 제품의 역사만 봐도 그렇다. PC의 등장은 타자기 퇴출로 이어졌고 디지털카메라는 필름카메라를 밀어냈다. 기업이 ‘코닥스러우면 망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잘 안다.

명량바다에는 조선 수군의 하드웨어는 부족했지만 이순신의 ‘리더십 SW’가 존재했기에 승전보를 울릴 수 있었다. 영화 속 이순신은 말한다. “장수의 의리는 충이다.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말을 바꿔보자. “기업의 의리는 신뢰다. 신뢰는 소비자를 향해야 한다. 소비자가 있어야 기업이 있고 기업이 있어야 국가가 있다.” 400년을 뛰어넘은 이순신의 울림을 지금 위기의 삼성전자에서 찾고 싶다.


김동석 성장산업총괄 부국장 d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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