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바가지 쓰는 것 아냐’ 자동차 수리 견적서를 본 많은 소비자들이 이렇게 의심한다. 하지만 확인할 방도가 없으니 미심쩍어도 그냥 결제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줄어든다. 국내 시판 자동차의 부품 가격이 인터넷에 낱낱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자동차회사들은 국토교통부의 의무화에 따라 지난 2일부터 회사 홈페이지에 부품가격을 공개했다. 모든 자동차 브랜드에 해당한다. 분기마다 정보를 갱신해야 한다. 소비자는 이로써 어떤 판매점이나 정비소가 부품 값을 바가지를 씌우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자동차 부품 가격은 그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제조사와 유통, 정비업체 사람들만 안다. 소비자 찜찜함이 쌓여 불신이 됐다. 소비자가 직접 자동차를 개조하거나 수리하기 힘든 우리나라는 그 불신이 더욱 높다. 부품 가격 공개는 자동차 소비자 알권리와 유통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의미 있는 행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모양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가격을 공개했지만 대부분 첫 화면이 아닌 곳에 배치했다. 심지어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다. 정부는 공개 자체에 만족하지 말고 소비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공개 기준을 정해 자동차 회사들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회사가 부품 가격을 공개하지 않으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이런 징벌이 무서워 공개한다면 큰 흐름을 읽지 못하는 짓이다. 소비자 신뢰를 한번 잃으면 복구하는 것이 너무 힘든 세상이다. 투명성 제고를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리콜이 적절한 사례다. 자동차 리콜이라고 하면 ‘뭔가 문제가 있었구나’라고 여겼던 소비자들이 요즘엔 ‘리콜하는 것을 보니 정말 믿을 만한 회사구나’라고 생각한다. 부품 가격은 투명하지 못한 국내 자동차 시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자동차 회사가 부품을 비롯한 자동차 성능과 안전성의 투명한 공개를 선제적으로 할 때 경쟁사보다 더욱 큰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것이 부품 가격 공개의 진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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