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기업 75%가 원화 강세로 경영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 가까운 기업은 이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산업연구원(원장 김도훈)이 31일 국내 31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기업 가운데 75%가 원화 강세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은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정밀기계·전자·운송장비 등에서 ‘상당한 영향’ 응답 비중이 높았다 섬유와 기계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화 강세에 따른 영향은 채산성 악화(78%)가 대부분이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채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83%로 대기업(79%)을 소폭 상회했다.
제조업에 원화 강세 영향이 상당하지만 기업의 대처 방안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수출단가 인상(25%), 환리스크 관리 강화(22%) 등을 대응책으로 꼽았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기업도 18%에 달했다.
정부에 안정적인 환율 관리를 요구하는 응답(74%)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수출금융·세제 지원 확대(16%)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산업연구원은 “조사결과 환율 변동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환리스크 관리, 수출금융·세제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이 지나치게 빠르게 하락하면 적절한 개입을 활용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