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율 인상으로 위축됐던 일본 가계지출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아베 정권의 주요 과제였던 소비세 인상이 경기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 시장에 안착할 지 관심이 쏠린다.
닛케이신문은 일본 총무성 가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장 소비가 호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일본 가계 지출은 전년 대비 3% 줄었다. 지난 5월 전년보다 8% 감소했던 것에 비해 회복됐다. 신문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소비가 바닥을 찍고 올라선 것으로 판단되는 분야는 TV,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 등이 포함된 가구·가사용품이다. 일본 재무성 전국 재무국장회의에서는 월드컵과 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고가의 대형 TV가 잘 팔리는 등 가전 판매가 호조를 띤다고 전했다.
소비세 인상에 앞서 지난 3월 전월대비 43.2% 급증했던 가계지출은 4월 들어 절반 이상으로 크게 줄었다. 이후 5월 3.0%, 6월 11.3%씩 전월 보다 늘어나며 감소분을 회복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달을 기점으로 전년 수준으로 매출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무성 설문조사 결과 소비세 증가 이후 줄어든 매출액이 이달 말까지 전년 수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70%가 넘었다. 설문조사는 일본 주요 기업 697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일본 가계지출의 하락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소비침체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실질 소비 지출 지수는 작년 하반기에 비해 올 상반기 0.4% 줄었다. 소비증세 직전 사재기가 불가능한 식료품 분야의 소비 회복이 둔화되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소비 위축이 지난 1997년 소비세 인상 이후보다 더 심하다는 해석도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실질 소비판매가 4월 전월대비 18.8% 감소한 이후 5월 3.9%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6월에는 다시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지적하며 “실질 가계소비 조정폭이 1997년보다 훨씬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쿠마가이 스케마루 다이와 종합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현재 개인 소비는 낙관할 수도 없지만 비관할 필요도 없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향후 소득 증가가 얼마나 소비를 움직이는지가 경기 회복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일본은 소비세율을 현 8%에서 10%로 높이는 2차 인상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오는 12월 최종적으로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2014년 상반기 일본 소비지출 지표 현황 / 자료: 일본 총무성>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